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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1박2일이 몰고 온 부석사의 구름 인파

by 푸른가람 201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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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습니다. 가을이라 어딜 가나 단풍 인파가 몰리는 것이야 이해 한다지만 해마다 부석사를 찾을때도 이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릴 정도는아니었습니다. 평일 오후인데도 입구에서부터 붐비더군요. 매표소에서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것도 아마 이번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이 모든 게 다 1박2일 덕분입니다. 물론 부석사는 원래 유명한 사찰이긴 합니다. 그 유명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란 책에도 나오지요. 그 때문에 부석사에 가면 누구나 한번쯤은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한번 서 보기 마련이지요. 특히나 이곳 부석사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10월말이나 11월 초가 되면 그 풍경이 가히 환상적입니다. 그래서 이맘때 휴일날이면 부석사는 최고의 피크를 맞게 마련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집계하긴 어렵겠지만 평년에 비해 최소한 두배 이상은 관람객이 늘어났을 것 같습니다. 신문 보도가 이를 증명해 줍니다. 그러니까 '1박2일' 프로그램 부석사편이 방송된 9월 19일 이후 9월 추석연휴 기간 영주지역 관광객 수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283% 늘어났다고 하네요.



관광객이 늘어나면 인근의 상인들이나 지자체 입장에서야 반가운 일이겠지만 저처럼 매년 몇번씩 부석사를 찾는 사람에겐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에 떠밀려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 영 마땅찮습니다. 부석사의 풍경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는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



방송의 파급력, 특히 1박2일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시청자들에게 국내의 여행 명소를 알려주는 것온 좋은 일입니다.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한때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버리는 것은 아쉽습니다.



1박2일이 전파를 탄 것이 벌써 몇년이 흘렀습니다. 지금도 다녀보면 1박2일이 다녀간 곳이라는 홍보문구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혹시나 하고 들어갔다 실망만 안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요. MC들이나 제작진이 원치는 않았겠지만 1박2일의 인기로 인한 폐해도 접하게 됩니다.



나중에 한번 포스팅하겠지만 지리산 둘레길이 1박2일 방송이후 들이닥친 수많은 인파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래 둘레길을 조성한 목적에는 산 정상 정복을 지향하는 등산 수요를 골고루 나눔으로써 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도 있는 것인데 지금처럼 일부 둘레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용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또다른 문제점들이 야기될 수 있는 것입니다.



1박2일이 엄한 소리를 듣게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사실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 습득 경로가 지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일반 시청자들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여집니다. 시간이 지나고 여행이 보다 일상화된다면 지금과 같은 일시적인 쏠림 현상은 많이 줄어들겠지요. 다시 부석사가 관광지가 아닌 천년고찰로 되돌아 올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 부석사 관련 이전 포스팅 : http://kangks72.tistory.com/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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