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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벽화로 지켜내 이젠 통영의 명소가 된 동피랑마을

by 푸른가람 201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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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마을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동네 전체가 아름다운 벽화로 그려진 동화같은 마을이라고들 하지요.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마을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 옵니다. 그런데 이 동피랑마을이 사실은 몇해전에 철거될 위기에 처했었고, 그 위기를 넘기고 지금과 같은 명소가 된 것이 다 그 '벽화' 덕분이라는 걸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동피랑마을의 동피랑은 동쪽 벼랑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동피랑마을은 통영시의 대표적인 어시장인 중앙시장의 뒷편 언덕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자리가 원래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파루가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통영시에서는 낙후된 지역인 이 마을을 철거하고 동파루를 복원해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당초 계획대로 마을이 철거되었다면 아마도 지금 이 곳에는 깔끔하게 잘 가꿔진 공원이 들어서 있을 겁니다. 바로 아래 항구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라 아마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알려지자 한 시민단체에서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이 대회에 전국의 미술대학 학생 등이 참가해 마을의 담벼락에 형형색색의 벽화들을 그려넣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벽화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고, 또 이 마을이 철거될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마을과 벽화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결국 통영시는 마을 철거 계획을 철회하고, 마을 정상에 있는 가옥 세채만 철거하고 이 자리에 동파루를 복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됩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시민의 힘으로 그 거대한 파괴를 막아냈다는 자체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꼬불꼬불 좁다른 골목길을 따라 마을 입구에서 꼭대기까지를 한바퀴 돌아보는 내내 그 수많은 벽화들이 그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고나서는 벽화들이 단순한 그림으로만 여겨지지가 않았습니다.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동피랑마을을 찾다보니 마을 사람들에겐 좋은 일만 있는 것 아닌 것 같습니다. 성가신 일이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을 겁니다. 동피랑마을의 벽화 골목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다보면 '부탁의 말씀' 이라는 안내문구를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주민들이 느꼈을 불편을 느끼게 하는 글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주민들의 생활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집안을 기웃거리거나 지붕에 올라가거나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입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무턱대로 주민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지요.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런대도 아직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도 많은가 봅니다. 이곳은 수많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만큼 마땅히 이 땅의 주인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될 일입니다.











어디에 물어서 확인해 본 내용은 아니지만 그 전에 사진으로 봐왔던 벽화를 이번에 직접 보지 못했던 게 있는 걸 보면 이 동피랑마을의 담벼락에 그려져 있는 벽화가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맘에 들었던 벽화가 다음에 다시 찾았을 때 사라져 버리는 아쉬움을 느낄 일도 있겠지만, 매번 새로운 벽화들로 채워지는 동피랑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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