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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주전포수의 공백이 불러온 삼성의 막판 위기

by 푸른가람 201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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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주전포수 진갑용과 백업을 맡아주던 이정식이 갑작스레 한날 한시에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삼성의 위기도 시작된 셈이다. 갑작스레 2군에서 올라온 현재윤과 채상병은 여전히 감각을 찾지 못한 채 헤매는 모습이다. 투수리드도 시원찮고, 주자가 1루에 나가면 2루는 자연스럽게 보장되는 것처럼 쉽게 도루를 허용한다.

공교롭게도 그 도루는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고 만다. 이러니 투수들이 힘이 날 리가 없다. 야수들이 안방마님을 믿고 수비에 집중할 수가 없다. 누가 더 잘하나 못하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막상막하의 부진함을 보이고 있다. 가혹한 말일지 몰라도 그 어느 경기보다 중요했던 두산과의 3연전을 허망하게 내 준 것은 포수들의 몫이 컸다.


빈 자리는 수비에서만 느껴진 게 아니다. 공격력에 있어서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안타를 치지 못하면 끈질기게 투수와 승부해 볼넷이라도 얻어나갈 궁리를 해봐야 할텐데 그마저도 초구, 2구에 쉽게 배트가 나가 덕아웃으로 들어온다. 네 한몸 희생해 팀을 살려보자는 데도 보내기 번트마저 대 주질 못한다. 사실상 삼성의 8,9번 자리는 상대팀 투수들이 쉬어가는 타순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둘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1군에 뛸 만한 능력과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올라왔으니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왠만큼은 해주던 선수들이었고 그만한 경험과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니 좀더 기다려 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팀이 처한 상황은 기다려 줄 시간이 없다.


암울한 것은 그들이 앞으로도 나아질 희망이 뾰족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유의 파이팅 넘치던 모습의 현재윤은 사라졌다. 그래도 방망이만큼은 자신있다던 채상병은 이제 반쪽자리 선수가 아니라 쓸모없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2위 경쟁자 두산과의 싸움에서 한수 접어주는 대범함을 보여준 선감독이 앞으로 어떻게 두명의 포수를 가지고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경기 운영을 해나가는 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 쉽지 않아 보인다. 1위 SK를 잡을 수 있었던 최대의 호기를 놓친 삼성은 이제 본격적인 위기 국면을 맞이했다. 어쩌면 승률 5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4위와 힘빠지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뤄야 할 상황에 처할 지도 모른다.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대안이 없다. 무럭무럭 커가는 두산의 신인 포수 양의지를 침흘리며 지켜보는 것 밖에 정녕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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