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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SK-삼성-두산, 누가 최후에 웃게 될까

by 푸른가람 201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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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을 울고 웃게 했던 2010년 페난트레이스도 오늘부터 시작되는 잔여경기 일정을 소화하면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된다. 되돌아보면 그 어느해도 순위싸움이 치열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올 시즌은 막판까지 1위 싸움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오리무중이다.

다소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선두 레이스는 최강자 SK가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삼성, 두산에 빈틈을 보인 것이 추격의 빌미를 허용했고, 결국 시즌 마지막날까지 주판알을 튕겨봐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각 팀별로 20경기 정도를 남겨 놓은 현재 1위 SK와 2위 삼성간의 게임차는 어느새 2경기로 줄어 들었다.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SK, 삼성, 두산 3강을 두고 최종 승자를 점친다는 것은 사실 무리에 가깝다. 경기 일정에 따른 이동거리, 휴식일, 날씨, 선수들의 체력 관리, 전반적인 팀 분위기 등에 따라 연승과 연패가 엇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2경기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1주일 뒤에 팀순위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두산을 잠재적 1위 후보군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두산은 23경기를 남겨 둔 상황에서 1위와 6.5게임차, 2위와 4.5게임차를 유지하고 있다. SK가 현재의 승률을 유지한다고 가정한다면 예상 승수는 84승이다. 두산이 1위에 오르려면 남은 23경기에서 21승 2패 이상을 거두어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무려 91.3%의 승률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물론 두산이 SK와 5번의 맞대결을 남겨 두고 있어서 막판 대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설령 5전 전승을 거둔다 해도 양팀간의 게임차는 여전히 1.5게임이다. 이는 그저 두산에겐 희망고문일 뿐이다. 두산이 현실적으로 노려볼 수 있는 곳은 1위가 아닌 2위 자리이지만 이마저도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1위는 SK와 삼성의 싸움으로 좁혀졌고, 두산은 마음을 비우고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 대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처세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포스트시즌에서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 SK에 맥없이 당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 팀이 펼쳐 나갈 한달여간의 막판 스퍼트를 각 변수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SK(1위)
(69승40패, 잔여 24G)
삼성(2위, -2)
(70승44패1무, 잔여 18G)
두산(3위, -6.5)
(63승45패2무, 잔여 23G)
SK   9승9패(1G) 7승7패(5G)
삼성 9승9패(1G)   9승9패(1G)
두산 7승7패(5G) 9승9패(1G)  
롯데 10승5패(4G) 8승6패1무(4G) 6승10패(3G)
KIA 12승4패(3G) 11승5패(3G) 11승4패(4G)
LG 11승3패(5G) 7승6패(6G) 11승6패1무(1G)
넥센 10승7패(2G) 13승5패(1G) 8승4패1무(6G)
한화 10승5패(4G) 13승4패(2G) 11승5패(3G)
예상 : 84승49패 예상 : 81승51패1무 예상 : 76승55패2무

1. 잔여 경기수

SK가 가장 유리하다. 현재 SK가 24게임, 삼성이 18게임, 두산이 23게임을 남겨두고 있는데 2위와 2게임차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6경기나 더 많은 경기를 치룬다는 것은 분명 유리한 상황이다. 빡빡한 경기일정을 소화하느라 체력적으로 더 불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가장 큰 무기다. 월드컵에서 우리가 늘 '경우의 수'를 논하듯 경기수가 적은 팀은 조마조마하게 상대팀의 경기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2. 맞대결

SK는 최강자답게 전구단을 상대로 전력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삼성과는 9승 9패, 두산과는 7승 7패의 호각지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5개구단과의 전력차는 상당히 크다. SK는 역시 두산과 남은 5번의 맞대결이 최대 고비처가 될 전망이다. 이 대결에서 3승 2패 정도만 거두어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롯데와 남은 4게임이다. 지금까지의 상대전적은 롯데에 10승 5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펼쳐진 3연전에서 스윕을 당했던 아픈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상승세가 최고조에 올라 있는 롯데에 어이없이 뒷목을 잡힐 경우 SK는 선두 유지는 고수하고 3위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SK가 현재의 승률(63.3%)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최종 승수는 84승이 된다. 여기에 삼성이 최근의 상승 분위기를 유지하는 경우 올 시즌 최종 우승팀은 양팀이 대구에서 펼치는 마지막 경기에서 갈릴 수도 있다. 상당히 드라마틱한 가정이긴 하지만 현재 양팀의 분위기를 봐서는 전혀 허무맹랑한 얘기도 아니다.

2위 삼성은 비교적 무난한 잔여경기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삼성 역시 SK와 마찬가지로 전구단 상대로 우세한 상대전적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과 SK와는 역시 팽팽하게 9승 9패로 맞서고 있다. 1경기씩을 남겨두고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상대할 가능성이 높은 두 팀과의 맞대결은 반드시 잡고 가야 하는 경기다.

4경기를 남겨 두고 있는 롯데와 6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LG도 만만찮다. 그동안 삼성의 보약 노릇을 톡톡히 했던 롯데였지만 올시즌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삼성이 상대전적에서 8승 6패 1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긴 하지만 매 게임이 껄끄럽다. 포스트시즌 진출를 거의 확정짓다시피한 롯데의 최근 상승세도 부담스럽다.

더 큰 문제는 LG다. 하위권에 쳐져 있지만 유독 삼성만 만나면 기세등등해지는 쌍둥이에게 7승 6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6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승수 쌓기에 실패하면 삼성이 내심 노리고 있는 1위 탈환은 물건너 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삼성의 1위 도전 성공여부는 두산과 LG가 쥐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23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두산은 역시 SK의 5번의 맞대결에 희망을 걸고 있다.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잘만 하면 1위는 몰라도 2위자리는 노려볼 수 있는 반전의 기회인 셈이다. 안정적인 시즌 운영을 하자면 3위자리에 만족하고 준플레이오프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합당하겠지만 김경문감독의 성향상 그런 식의 경기운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걱정거리는 롯데에 있다. 시즌 상대전적에서 6승 10패로 유일하게 열세를 보이고 있는 롯데와 3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불과 며칠 전에 충격적인 스윕을 당하며 선두 싸움에서 멀어지게 만든 원흉이 바로 롯데인지라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할 가능성이 높은 팀이라 결코 물러설 수 있는 혈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3. 경기 일정(휴식일)


가장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SK의 일정이 가장 촘촘할 수 밖에 없다. 24일부터 시작되는 넥센전(문학)을 시작으로 KIA(광주)와 롯데(사직)와 쉼없이 6연전을 치뤄야 한다. 원정경기도 많은데다 인천을 거쳐, 광주, 부산을 돌아오는 이동거리도 만만찮다. 이틀 휴식으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면 두산과의 중요한 3연전이 기다리고 있고 이후 또 LG, 한화, 두산을 차례로 상대해야 한다.

9월 19일 삼성과의 대구 최종전까지 그야말로 빡빡한 일정을 쉼없이 소화해야 하는 SK로서는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관건이다. 특히나 노장들이 많은데다 최근 불펜의 부하가 과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잔여경기가 많다는 것은 분명 걱정거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막판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이적인 연승행진을 거듭했던 SK인 점을 감안해 본다면 그렇게 우려할만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삼성은 조금 여유로운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휴식으로 체력을 비축한 상태에서 두산을 상대한 후 잠실로 옮겨 난적 LG와 원정 3연전을 펼친다. 어찌보면 상위권의 순위경쟁은 9월초가 되면 싱겁게 끝나버릴 지도 모른다. 어느 한팀이 급격하게 무너지게 되면 하이에나의 먹이 신세로 전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4. 날씨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기상 상황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 가을은 덥고 비가 자주 내릴 것이라고 한다. 야구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날씨가 아니던가. 빡빡한 일정 속에 지쳐가는 팀에게 내려주는 비는 그야말로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날씨를 잘 이용한다면 에이스 투수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연승 바람을 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가을 날씨가 어느 팀을 향해 미소를 지어줄 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변수를 몇가지 더 생각해 두었었는데 적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 이만 줄여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전문가나 팬들이 예상해 본다고 해도 말그대로 예상에 그칠 뿐이다. 어찌됐건 현재 상황에서는 SK가 유리한 상황인 것만은 확실하다. 잔여경기에 20경기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2경기차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선동열감독도 겉으로는 1위는 감히 생각지도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다. 속내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다. 삼성으로선 앞으로 펼쳐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한 후 1위 싸움에 올인할 것인지, 아니면 여유롭게 플레이오프 대응전략을 짤 지 곰곰히 고민해 보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나름 해본다고 해봤는데 역시 결론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모 해설위원의 말처럼 "야구는 정말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경기 한경기 피말리는 싸움을 해야 하는 선수들과 감독들에겐 고역이겠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팬들에게는 올시즌 막판 1위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순위싸움이 그저 고마울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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