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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2008년 신데렐라 3인방 무럭무럭 자라고 있나 - 최형우

by 푸른가람 201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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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만큼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살아 온 선수도 드물 것 같다. 전주고를 졸업한 최형우는  2002년 삼성에 2차 48번으로 지명된다. 지명 당시 포지션은 포수였지만 진갑용이 건재한 상황에서 타격도 포수로서의 능력도 눈에 띄지 않았던 최형우는 이렇다할 활약을 선보일 기회조차 잡지 못한채 팀에서 방출되고 만다. 2002년과 2004년 겨우 6경기에 출장해 기록한 7타수 2안타가 최형우가 남긴 성적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경찰청에 입단해 야구인생의 전기를 맞이하게 된 최형우는 자신을 버렸던 삼성에서 러브콜을 받는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최형우는 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08년 시즌 126경기에 출장해 2할7푼6리의 타율에 19홈런 71타점을 기록하며 구멍뚫린 삼성 타선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것. 늦깍이 신인왕은 그간의 힘들었던 야구인생에 보상으로 주어진 셈이다.



부상 탓에 느지막히 팀에 합류한 최형우의 2009년 시즌은 타격 전부문에서 전년도에 비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비록 소폭이긴 하지만 타율도 .284로 높아졌고, 23홈런 83타점을 기록하며 우려하던 2년생 징크스도 불식시켰다. 팬들의 기대대로 차세대 삼성의 4번타자로 무럭무럭 자라주고는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성장이 멈춰진 모습이라고 할까.

과거 삼성의 4번타자들과 최형우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5할대에 턱걸이하는 장타율은 아쉽다. 아직까지 홈런 30개 고지도 넘겨보지 못했다. 홈런 숫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점이 많은 것은 다행스럽긴 하지만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중심타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고 닦아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8월 14일 현재 최형우의 기록은 지난 2년간과 비교해 큰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현재 18홈런과 78타점을 기록중인데 지금 페이스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지난해 보다는 조금 나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타율이다. 오히려 2할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다시 4할대로 떨어진 장타율 역시 정교하지 못한 타격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또하나 최형우의 성장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팀 사정상 불가피하게 외야수비로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그가 보여준 수비는 불안 그 자체였다. 어차피 투수력으로 버티는 선동열식 야구에서 수비 불안은 아킬레스건이다. 준수한 성적이긴 하지만 지난 3년간 보여준 고만고만한 성적으로 앞으로도 주전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만수, 김성래, 마해영, 양준혁, 심정수 등 전설적인 삼성라이온즈의 4번타자들에 익숙해져 왔던 팬들에게 최형우가 지키고 있는 4번은 여전히 낯설다. 9경기 연속홈런을 터뜨리며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4번타자 이대호급은 아니더라도 최소 30홈런 100타점 이상은 기록해 줄 수 있는 해결사가 든든히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삼성은 4번자리는 무주공산 격이다.

아직 젊은 최형우가 지명타자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눈물젖은 빵을 숱하게 먹었을 최형우 이기에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눈길에는 다른 선수와 다른 각별한 애정이 묻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삼성 타선의 한자리를 꿰차기에는 충분한 성적이지만 그것이 삼성의 4번타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최형우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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