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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수비로 승부가 갈린 삼성 vs 두산 2위 결정전

by 푸른가람 2010.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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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다. 삼성과 두산의 최종전은 선발 장원삼의 호투와 타선의 장타력을 앞세운 삼성이 8:6으로 승리하며 마무리됐다. 장원삼은 비록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고, 시즌 12승째를 올리며 자신의 목표였던 15승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양팀의 승부는 결정적으로 외야 수비에서 갈렸다. 삼성은 3회말 공격에서 박한이와 조동찬의 연속 3루타와 박석민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얻어냈다. 기록상으로는 3루타였지만 두산으로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수비였다. 물론 잘 맞은 타구였고 잡기 힘들었던 건 맞지만 두산 중견수는 그 수비좋다는 이종욱이었다. 이종욱을 대신해 중견수로 나선 정수빈이 여러차례 호수비를 보여준 것에 비해 이종욱의 수비는 평소답지 않았다.


반면 삼성은 7회초 큰 위기상황에서 나온 강봉규의 호수비가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2점차로 턱밑까지 추격한 두산은 2루에 김동주를 두고 5번타자 최준석이 깨끗한 우전안타를 쳐낸다. 2사 이후라 무난하게 두산의 득점이 예상되던 상황이었지만 삼성 우익수 강봉규는 정확한 홈송구로 2루주자 김동주를 아웃시켰다.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을 그림같은 장면이었다.

힘겹게 승리하긴 했지만 오늘 삼성의 투수 운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동열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혔듯 분명 착오가 있었다. 우선 장원삼의 교체시기가 조금 이른 게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물론 장원삼의 투구수가 많았고 구위 또한 위력적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다음 선발 로테이션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선발투수가 겨우 5회만 채우고 내려가는 것은 결국 불펜의 부하만을 불러올 뿐이다.

두번째 문제는 정인욱이 투아웃을 잡은 후 연속 두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한 후 정현욱으로 교체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현욱은 불펜에서 완벽하게 몸을 풀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6회를 깔끔하지 마무리하지 못한 정인욱에게 1차적인 잘못이 있긴 하지만 몸이 풀리지 않은 구원투수를 서둘러 올린 것이 결국 쫓기는 경기 운영의 빌미가 된 것이다.


정현욱이 흔들리며 맞이한 위기 상황에서 등장한 안지만은 역시 삼성 마운드의 수호신다운 투구를 펼쳤다. 오승환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지만의 활약은 눈부시다. 오늘 경기도 안지만의 호투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처럼 마무리로 깜짝 등판한 배영수의 역투도 빼놓을 수 없는 오늘 경기의 백미였다.

공격에서는 홍상삼에 강한 면을 보였던 박한이를 1번에 전진배치한 것이 재미를 봤다. 박한이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귀중한 선제 솔로홈런으로 장원삼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뒤이어 신명철의 홈런도 있었지만 역시 현재윤의 쐐기 홈런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무려 1년여만에 터진 홈런 한방으로 현재윤은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채상병 대신 현재윤을 포수로 기용한 것이 결국은 good choice가 된 셈이다.


오늘 경기 승리로 삼성은 사실상 2위 고지에 도달하기 위한 9부 능선은 넘었다고 볼 수 있다. 2,3위간의 승차는 5.5게임으로 늘어났다. 동률이 될 경우에도 승자승 원칙에 따라 삼성이 유리한 상황이다. 단순한 1경기가 아닌 2위 결정전 성격이 강했던 지라 불펜진의 소모가 심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올인'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SK도 KIA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1위 SK와 2위 삼성간의 승차는 여전히 2.5게임이다.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여전히 뒤집기엔 버거워 보이는 수치다. 서서히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팀들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운 나쁘게 '고춧가루'를 뿌리는 하위팀을 만나면 헤어나오기 힘든 늪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남은 경기를 현명하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어쨌거나 쫓기는 SK보다는 쫓는 삼성이 맘은 편한 상황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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