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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배영수, 에이스의 이름으로..

by 푸른가람 2008.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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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관록은 무서웠다. 비록 ‘04년 한국시리즈 10이닝 노히트노런때와 같은 압도적인 피칭은 아니었지만 그가 왜 삼성의 에이스인가를 배영수는 보여줬다. 5이닝 3실점. 기록상으로 보면 좋은 성적표는 아니다. 그러나, 3만관중의 아우라가 뿜어져나오는 적지에서 전혀 흔들림없는 에이스의 위용을 보이며 경기를 리드했다. 

1회초 삼성은 박한이와 박석민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맞이한다. 타석에는 백전노장 양준혁. 긴장한 송승준의 투구는 연신 스트라익존을 벗어났다. 볼카운트 0-3까지 몰렸다. 삼성으로선 초반 선취득점은 물론, 대량득점의 호기를 맞은 셈이었다. 천하의 양준혁인데 최소한 진루타는 쳐줄거라는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양준혁은 인플드플라이로 물러났다.


분위기가 일순 반전되나 싶더니 4번 진갑용의 안타가 터져나왔다. 2루에 있던 박한이는 홈까지 대쉬하지만 역시 가르시아의 어깨는 강견이었다. 강하고 정확한 홈송구에 박한이가 홈에서 횡사하며 투아웃. 다음타자 최형우의 강한 타구를 롯데 2루수 조성환이 잠시 더듬었지만 1루에서 간발의 차로 아웃되며 1회초가 허무하게 종료됐다.


  “3안타를 치고도 한점도 못뽑다니..” “오늘 경기 어렵겠구나” 하는 불길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을 즈음 롯데가 기어이 선취득점에 성공한다. 2사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등장한 손광민의 배영수의 초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멕시코 갈매기 가르시아를 홈으로 무사히 불러들였다. 3안타를 치르고 1점도 못뽑은 삼성과 비교해 롯데는 2안타로 손쉽게 1점을 뽑았다. 눈여겨볼 것은 2사 이후 큰경기 경험이 없는 손광민이 상대 에이스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비록 삼성 타선이 폭발하며 비교적 1차전 승리를 거두었으니 이 장면이 묻히는 것이겠지만, 사실 배영수의 이 실투 하나가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가늠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굳이 야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상황이라면 손광민을 어렵게 상대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1루도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정직한 가운데 승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실투”였다. 다행인 것은 역시 배영수가 이후 추가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반 1실점과 2실점의 차이는 크다. 배영수가 추가 실점했다면 곧이은 3회초 삼성의 활화산같은 타격쇼도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고, 배영수 역시 5이닝을 채우기 힘들었을 것이다.


부상과 기나긴 재활의 시간. 그 인고의 세월 끝에 ‘08년 마운드에 복귀한 배영수의 성적은 초라했다. 시즌 9승8패에 평균자책점도 4점을 훌쩍 넘어선 4.55였다. “천하의 배영수”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기록이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볼의 구위 역시 전성기때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50km가 넘는 광속구는 사라졌고, 볼끝이 예리하던 변화구도 아직까진 밋밋하다. 피홈런 1위로 ’홈런공장 공장장‘이라는 치욕적인 별명도 얻었다.


그런 배영수가 다시한번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섰다. 공은 예전 공이 아니었지만 그는 역시 삼성의 에이스 배영수였다. 아직 그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무언의 시위를 보인 셈이다. ‘06년 한화와의 4차전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후 4년만에 다시 승리투수의 기쁨을 맛보았다.


이제 겨우 큰 여정의 첫날이 끝났을 뿐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리고 배영수가 해줘야 할 역할도 크다. 그는 여전히 사자군단의 믿음직한 에이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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