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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그럼에도 여행 - 소유흑향, 무모해서 눈부신 청춘의 기록

by 푸른가람 2015.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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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흑향? 이뿌장한 외모를 지닌 이 여인네가 누군지 잘 알지 못했다. 책을 사서 읽으면서도 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여행> 이라는 책 제목에 나도 모르게 끌렸던 것 같다. 어차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책 까지 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실망하지 않을, 그런 자신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노경원 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 어려운 형편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꿋꿋하게 개척해 낸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녀가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인터넷 스타"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가 세속적인 성공을 거뒀든 아니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는 찬사를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까.

 

그녀는 참 많은 곳을 열심히도 다닌 모양이다. 요즘이야 해외 여행이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배낭여행도 많이 떠나고, 형편 좋은 사람들은 마치 KTX 타고 국내 여행하듯 '우동 먹으러' 일본을 하루에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그녀의 여행 경력이 그리 이채로운 것도 사실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여행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삶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자세 때문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고들 한다. 소유흑향 노경원 역시 좋은 조건을 타고 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도 그것을 핑계로 포기하진 않았다.

 

자신만의 학습법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을 테지만, 그녀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도전했다. 그녀가 여행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 역시 많을 것이다. 사고 싶은 것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고, 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도 있었겠지만 이 모든 희생에도 불구하고 '여행'으로 인해 얻은 것이 훨씬 많다고 얘기한다.

 

그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분명 '여행'이라는 것은 각자의 삶에 있어서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 누군가는 여행 대신 하룻밤의 쾌락을 쫓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가족을 위한 소비를 택할 수도 있다. 각자의 선택에 옳고 그름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하나를 얻으면, 분명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확실한 것은 '여행'이라는 것이 노경원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의 꿈을 그려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라면 그것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구석구석에는 그녀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제는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녀가 앞으로도 행복했음 좋겠다. 여행기의 관점에서 <그럼에도 여행>에 아쉬운 점을 든다면, 개인적인 에피소드나 감정선들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각각의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느낌이나 풍광들이 감각적으로 잘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보면 무모하기까지 했던 그녀의 발자국을 따라 다녀오고픈 마음이 간절해지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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