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가의 책이란 사실을 알고서 깜짝 놀랐다. 지난해 초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가 쓴 <잡담이 능력이다>란 독특한 제목의 책을 읽었던 기억과 비교하자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란 책은 생뚱맞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잡담을 잘 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 겠지만 잡담과 고독이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교육학과 커뮤니케이션론을 전공한 사람이었기에 저술에 있어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추측해 본다. 이 책은 다분히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난 것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려 한다. <잡담이 능력이다>란 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진면목을 보여 준 그였지만, 화술 좋고 사교성 좋을 것 같은 그에게도 암흑의 세월이 있었다는 것은 다소 뜻밖이다.
대입에 실패했던 열여덟 살부터 첫 직장을 얻었던 서른두 살까지 철저히 혼자였다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친구고 없었고, 변변한 직장도 없었던 그 시절은 고통스러웠지만,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스스로를 냉정하게 들여다 보고,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 공부에 몰입했던 내공 덕분에 지금의 성공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책을 통해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이 결코 무의미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오히려 마음이 불편한데도 혼자 있음의 긍정적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원치 않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라 충고하고 있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 하는 요즘 사람들의 '불안 증후군'을 신랄하게 꼬집으려 하는 것이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기회는 혼자 있는 순간에 오는 것이며, 함께 있다고 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혼자 잘 설 수 있어야 함께 잘 설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혼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각자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기대를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완벽한 '고독'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런데, 결코 오해해선 안될 것이 있다. 저자가 여러 차례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혼자 편하게 시간을 보내라거나, 요즘 흔하디 흔한 힐링의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자기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 해 스스로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시간을 좀더 많이 가지라는 가르침이다.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지적인 활동이 바로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인 것이다.
무엇이든 극단에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 메이지대학의 괴짜 교수로 불리는 사이토 다카시 역시 잡담을 최고의 능력이라 치켜 세우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고독과 마주 하고, 기대를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도 하니, 판단은 온전히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완벽하게 옳은 가르침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법이라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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