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느 작은 시골빵집에서 몇년 동안 빵을 구워오고 있는 사람이 바라본 자본주의의 문제점, 그리고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해결방안.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작은 책에 담겨진 큰 담론이다. 경제학 전공자나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반인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지은 와타나베 이타루 역시 경제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가 대학 졸업 후 취직했던 유기채소 판매회사에서 몸소 체험했던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늘을 벗어나 '다루마리'라는 빵집을 통해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다.
그는 자본주의의 근원적 문제점을 썩지 않는 경제에서 찾고 있다.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얻은 과실이 사회 전체에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는 불균형과 부조리 역시 부패하지 않는 자본에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의 진보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보다 큰 경제적 안정을 안겨 주기는 커녕 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갈수록 피폐하고 만들고 있다.
그래서 그는 '천연균'에서 자본주의가 살아나갈 길을 찾고 있다. 자연계에서는 균의 활약을 통해서 모든 물질이 흙으로 돌아가고, 살아 있는 온갖 것들의 균형은 이 '순환' 속에서 유지된다고 보았다. 자연의 균형 속에서는 누군가가 독점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혹사 당하지 않아도 생물이 각자의 생명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결국 부패가 생명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부패'와 '순환'은 시골빵집 다누마리의 현자(賢者) 와타나베 이타루가 일본의 시골 변방에서 체득한 혁명적 제안의 화두다. 어찌 보면 그의 제안은 자본주의의 기본 메카니즘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보다 많은 이윤을 추구하려고 혈안이 된 자본가에게 이윤을 남기지 말고, 주위의 소상인들과 장인과 함께 순환하는 지역경제를 만들자는 얘기는 자칫 우이독경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본가들이 스스로 키워가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의 대안에 귀기울 필요가 있다. 부패와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돈과 경제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는 그의 지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삶의 본질을 찾고 노동과 삶이 하나된 인생을 살고 싶다는 빵집 주인 와타나베 이타루의 용기와 소신이 자본주의 세상의 구석구석으로 좀더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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