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저명 작가는 여행기를 어떻게 쓸까? 하는 궁금증에 주저없이 이 책을 골랐다.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가 이 책의 제목이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책의 제목을 고른 것은 아니겠지만 독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 제목 선택인 것 같다.
책 표지에 실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진이 이채로우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녹이 슨 고철덩어리가 된 전차(혹은 장갑차?) 위에 호기롭게 올라 서 있는 그가 입은 청바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초원의 푸른 빛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나이는 들었으되, 아직 여전히 청춘이구나 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하긴, 이 책에 담긴 글들이 대부분 1990년대 초, 중반에 쓰여진 것들이니 젊은 시절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 시절 그의 감성을 되짚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에는 이스프햄프턴, 무인도 까마귀섬의 비밀, 멕시코 대여행, 우동 맛기행, 노몬한의 녹슨 쇳덩어리 묘지,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한 여로, 걸어서 고베까지 등 모두 일곱 곳을 여행한 기록들이 사진작가 마쓰무라 에이조의 사진과 함께 담겨져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름난 유명 관광지와는 조금 거리가 먼 곳들이다.
물론 지금이야 세계의 오지를 과거보다 손쉽게 다녀올 수 있을만큼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보다 교통 수단도 열악하고, 필요한 물자들도 부족한 상황에서 멕시코나 몽골의 오지를 직접 다녀온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여행기 곳곳에 그 때의 고단함이 생생히 담겨있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그의 여행기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선망의 여행지들은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또한 그런 여행지들을 멋진 사진과 함께 담아낸 훌륭한 여행기들도 책이나 블로그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여행기의 홍수 속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철 지난 여행기가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이미 지나간 세월과, 지금은 사라져버린 사람과 풍경이 그 속에 고스란하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이 나를 키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여행을 하며 여행기를 쓰는 것은 매우 귀중한 글쓰기 수업이 되었다며, 문학에 뜻을 둔 이는 자주 여행을 하며 여행기를 쓰는 것이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고 있다. 비록 문학에 뜻을 두지는 않았지만 읽을만한 여행기를 쓰고 싶은 욕심이 있는 내게도 이 책은 분명 큰 도움이 되어 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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