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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소쇄원에서 대숲에 이는 바람 소리를 느끼다

by 푸른가람 2011.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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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줄 수 있는 곳이 몇군데가 될까요.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보니 내 맘에 들었다고 꼭 그 사람도 좋아하리라는 법은 없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 좋은 곳, 좋은 음식 등을 소개해 주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고, 그런 이유로 주저하게 되기도 합니다.



소쇄원은 제겐 언제나 마음 속에 두고 그리워 하는 장소 가운데 한 곳입니다. 영화 한편 덕분에 소쇄원을 알게 되었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홀로 소쇄원을 찾았던 것이 6년쯤 전의 일입니다. 그 날 이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소쇄원을 다시 찾곤 합니다. 처음에 느꼈던 그 감흥 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쇄원은 마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워낙에 많이 알려진 탓에 해마다 찾는 사람들이 느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곳도 늘었습니다. 조금 한적하게 소쇄원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던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사람에 쫓기듯 자리를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것도 다 욕심일 겁니다. 좋은 것은 혼자만 가지고, 보고 싶다는 못된 욕심 말입니다.





사람마다 소쇄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 다를 겁니다. 물론 큰 기대를 가지고 왔다가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우리나라 3대 정원 가운데 한 곳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소쇄원이기에 압도적인 규모이거나 엄청난 풍광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만 본다면 소쇄원에 실망할 지도 모릅니다. 소쇄원은 스케일이 그리 크지도 않고 그저 소박하고 아담합니다.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자연에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빌려 그 속에 또 다른 자연으로 건물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우리나라 원림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 소쇄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쇄원에 들어서는 초입의 푸른 대숲도 참 좋습니다. 대숲에 이는 바람 소리는 언제 들어도 내 마음에 따스한 위안을 안겨 줍니다. 이따금씩 마음에 물결이 일 때면 이곳에서 사그락 거리는 바람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겨울 주변 풍경이 온통 흰 눈에 소복하게 덮힐 때면 대나무의 푸른 빛이 그 속에서 더욱 돋보이겠지요. 그 풍경을 꼭 한번 봤음 좋겠습니다.



또 하나 소쇄원이 마음에 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 오래된 세월을 느끼게 하는 담장의 기와 입니다. 소쇄원을 찾을 때면 언제나 광풍각이나 제월당에 한참을 앉아 있는 시간만큼 이 기와를 바라보게 됩니다. 침묵의 언어로 그 오랜 세월을 되짚어 보기도 하고, 또 다가올 앞날에 대한 희망을 홀로 이야기 하기도 하면서.



소쇄원에선 언제나 민주와 현우를 만나게 됩니다. 영화 '가을로'는 이미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빛바랜 추억이 되었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현우, 민주, 세원이 거닐고 있는 모든 곳들이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그들의 걸음을 따라 오늘도 여전히 소쇄원을 거닐고 있는,  홀로 "소쇄소쇄" 바람소리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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