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SK 9차전 - 한국시리즈 최종전 같았던 문학 혈투

마치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던 양팀간의 경기는 혈투 그 자체였다. 네 시간이 넘는 팽팽한 연장 승부에서 마지막에 웃은 팀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5:5로 맞서던 연장 11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터진 최형우의 적시타에 힘입어 3위 SK에 한점차 승리를 거두며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5승 4패로 앞서나가게 됐다. 

승부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최근 5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는 SK로서는 무엇보다 연패 탈출이 우선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절박함은 투수 운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SK 선발진 가운데 가장 믿음직한 글로버를 선발로 내세우고도 경기 중반 에이스 송은범을 내세우는 초강수를 내세운 것이다.

3점차 리드 상황에서 정우람을 내세워 경기를 매조지하려던 김성근 감독의 계산이었지만 정우람이 예상 외의 난조를 보이며 8회 3실점하며 무너진 것이 결국 경기를 꼬이게 만들었다. 다급해진 SK는 정우람에 이어 정대현, 전병두까지 마운드에 올려 보냈지만 집중력있는 삼성 타선에 결승점을 내주며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SK였기에 그 후유증이 상당히 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팀의 주축 투수진을 투입하고도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에 남은 경기 마운드 운용이 어려워졌다. 연패 탈출을 위해 무리수를 던졌지만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점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SK가 하향세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중요한 패인의 하나가 SK의 자랑이었던 짜임새 있는 수비가 무너졌다는 점이었다.

반면 삼성은 난적 SK와의 중요한 일전에서 경기 막판 믿기지 않는 집중력을 보이며 역전승을 이끌어냄으로써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게 됐다. 경기 중반까지는 풀리지 않는 경기의 전형이었다. 많은 챤스를 잡고도 결정적인 한방이 터져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며 끌려가던 경기였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지난해 삼성과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다.

드라마틱한 연장 승리의 기쁨으로 가려지긴 하겠지만 지적하고 넘어갈 부분도 많다. 경기 초반 SK 선발 글로버의 공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올시즌 들어 가장 많은 볼넷을 허용할 정도로 구위가 위력적이지 못한데다 제구마저 들쭉날쭉했다. 여러차례 좋은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많은 잔루를 남기며 어려운 승부를 자초했다.

특히, 연장 11회초 무사 1,2루 절호의 역전 기회에서 어처구니없는 주루사를 범하는 모습 등은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 하겠다. 다행히 2사 1,2루에서 최형우의 적시타가 터졌기에 망정이지 만약 득점에 실패했다면 오늘 경기결과는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6이닝 7피안타 1볼넷을 내주며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지만 타선의 도움 덕분에 패전을 면할 수 있게 됐다. 충분한 휴식을 하고 등판한 삼성 불펜진은 권혁 - 정현욱 - 안지만 - 오승환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며 팀의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오승환은 11회말 마운드에 올라 이호준에게 큼지막한 홈런성 타구를 허용하긴 했지만 위력적인 돌직구로 시즌 23세이브째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