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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IA 11차전 - 선수들은 무심했고, 벤치는 소심했다

by 푸른가람 2011.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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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와 배영수 선발 매치업만 놓고 보면 KIA의 우위가 점쳐지던 게임이었다. 게다가 어제 경기를 잡기 위해 불펜을 총동원했던 삼성으로선 선발 배영수의 어깨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부상을 당했거나, 지친 기색을 보였던 선수들을 라인업에서 제외함으로써 좀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물론 무리한 경기 운영은 자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 KIA와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뭔가 반전의 기회가 온다면 그걸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절호의 기회가 2회말에 찾아왔다. KIA 선발 로페즈가 갑작스런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경기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이다.

가장 강력한 KIA의 무기였던 로페즈가 무너지면서 무사 3루라는 역전 챤스까지 주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 절호의 기회를 삼성 타선은 무기력하게 내줬다. 그 흔한 외야 플라이 하나 때려주지 못하는 무기력한 타자들의 플레이는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벤치의 다소 느슨한 경기 운영이 선수단에 저절로 전해진 탓이다. 


경기 종료까지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를 펼친 끝에 삼성은 KIA에 2:4 패배를 당하며 다시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즌을 길게 본다면 오늘 한 경기를 무리하지 않은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게임을 앞둔 경기 운영이 어찌됐건 간에 상황이 바뀌었다면 벤치에서도 뭔가 승부수를 던지는 과감함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특히나 그것이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에다 올 가을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팀이라면 말이다.

벤치의 소심함은 7회 단적으로 드러났다. 대타로 나선 김상수가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하자 류중일 감독은 강명구를 대주자로 내세웠다. 강명구는 올시즌 12번의 도루를 단 한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시킨 전문 대주자로 정평이 난 선수다. 평소의 류중일 감독이라면 분명 적극적인 2루 도루를 시도했을 것이지만 왠지 오늘 경기에서는 신명철에게 보내기 번트를 시켰다.

KIA와의 이번 3연전에서 삼성 중심타선은 하나같이 무기력했다. 특히 3번 박석민의 공수에서의 부진은 심각할 정도였는데 이 타선에 뭔가 큰 것 한방을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실책으로 보여진다. 1사 2루 상황이 아니라 삼성으로선 1사 3루에서 외야 플라이로 일단은 동점을 만든 후 남은 몇 이닝에서 1점을 더 짜내는 전략으로 갔어야 한다.


하지만 삼성 벤치는 1사 2루 상황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KIA 배터리는 물론 내야수들도 편안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결국 2사후에 터져나온 외야 플라이는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7회 찾아온 기회에서 1점을 뽑아내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벤치에서 보였더라면 오늘 경기 결과도 달라졌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삼성과 KIA의 달구벌 3연전을 두고 팬들의 기대는 컸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불릴만큼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성은 KIA의 맞상대가 되기엔 아직 역부족임을 여실히 드러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선 선수 뿐만 아니라 벤치도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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