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SK 10차전 - 신명철이 유혹하고, 최형우가 끝냈다

by 푸른가람 2011. 7. 6.
728x90

삼성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고, SK는 점점 더 깊은 연패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늘 경기는 최근 들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양팀의 분위기가 그대로 경기력에 드러났다. 삼성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지고 있어도 곧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지만 SK 덕아웃의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9회 투수 교체 상황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SK의 위기가 보기보다 더 심각한 것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였다. 

어제 경기의 재연이라고 할 정도로 경기 양상은 비슷했다.  2:5로 뒤지던 삼성이 경기 중반 동점을 만든 뒤 막바지에 역전 결승점을 뽑아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제 경기에서는 막판까지 SK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투지를 보였던 반면,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연 이 팀이 야구판을 호령했던 최강 SK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최근 들어 가장 무서운 쌍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박석민과 최형우의 방망이는 오늘도 불을 뿜었다. 타율이면 타율, 타점이면 타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선수가 삼성 타선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어제 경기에서 결승점을 올렸던 최형우는 오늘도 7회초 SK 이승호를 상대로 역전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한껏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다.

물론 최형우가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신명철의 활약을 빼놓을 순 없다. 2군에서 1군 무대에 복귀하자마자 신명철은 팀이 2:5로 뒤지던 6회 무사 1,2루 상황에서 SK 구원투수 매그레인의 공을 통타해 문학구장 좌측담장 스탠드에 꽃히는 큼지막한 동점 쓰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일순간에 삼성 쪽으로 이끌었다.

신명철의 홈런은 벼랑 끝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던 SK에 카운트 펀치를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왠만한 감독이라면 번트를 지시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류중일 감독은 신명철의 타격감을 믿고 강공책을 펼쳤고, 그 믿음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2군에만 다녀오면 힘을 내는 신명철은 오늘 경기에서도 혼자 4타점을 쓸어 담으며 또한번 팬들을 한껏 유혹했다.


마운드에선 힙합전사 안지만이 오늘도 한건 했다. 5:5 동점상황에서 구원으로 나온 정인욱과 권혁은 약속이나 한 듯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믿을만한 투수는 역시 안지만이었다. 안지만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연속삼진을 뺐어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오늘도 타선의 득점지원을 받으며 승리를 추가, 시즌 9승으로 다승 공동선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늘 경기마저 SK에 승리를 거둠으로써 삼성은 3위 SK와의 승차를 4경기로 벌였다. 2위 KIA가 오늘 경기에서 막판 역전승을 기록해 승차를 벌이는데는 실패했지만 지금의 팀 분위기라면 어느 팀을 만나도 두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려를 자아내는 모습도 몇가지 지적할 수 있는데, 역시 선발투수들의 부진과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SK의 몰락에서 볼 수 있듯 불펜의 힘으로 지탱하는 팀들은 한번 몰락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다시 치고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다른 구단 부럽지 않은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던 삼성이 어느 순간 다시 불펜야구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며, 미리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삼성도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