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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LG 10차전 - 1승 이상의 승리, 808일만의 1위 등극

by 푸른가람 2011.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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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뜻깊은 승리였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무적 SK를 2위로 끌어 내리고 마침내 삼성이 리그 1위에 등극했다. 삼성의 리그 1위에 오른 것은 무려 808일만이라고 한다. 물론 1위 등극 자체도 감격스러운 사건이긴 하지만 오늘 경기만을 놓고 볼 때도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고 추격한 끝에 일궈낸 승리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사뭇 크다.

사실 이기기 어려운 경기라고 봤다.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LG 선발 주키치에 삼성 타선은 꽁꽁 묶여 있었다. 1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배영섭이 안타로 출루한 것이 유일한 팀의 안타일 정도로 삼성 타선은 무기력했다. 삼성 타자들이 못쳤다기 보다는 주키치의 공이 워낙 좋았다. 7회까지 단 한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을 정도로 그는 완벽했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삼성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안타와 사사구를 얻어 내고도 겨우 3점밖에 뽑아내지 못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거의 매회 선두타자가 출루하고 대량 득점 기회를 맞이했지만 후속타자가 병살타나 범타로 물러나며 삼성의 기를 완전히 꺾지 못한 것이 결국 경기 막판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결과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LG 벤치의 투수 운용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비록 8회 난조를 보이며 1실점을 하긴 했지만 아직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고, 공 자체에도 힘이 남아 있었던 주키치를 9회 마운드에 올리지 않은 대목은 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삼성 벤치의 목표는 선발 주키치를 한시라도 빨리 마운드에서 내리는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길게 끌고 가는 편이 나았을 뻔 했다. 또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은 구원으로 올린 이상열을 이번에는 또 지나치게 길게 끌고 갔다는 것이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선규가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것이 화근이었지만 이상열 보다 구위가 훨씬 좋은 임찬규의 투입 시기를 놓친 것이 결국 뼈아픈 역전패로 이어졌다.


결국 이상열이 9회초 모상기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외야 플라이를 허용해 동점을 내줬고, 힘이 빠진 상태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른 10회초에는 김상수에게 통한의 역전 결승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쓸쓸히 내려와야 했다. 이상열에 이어 등판한 임찬규가 힘있는 투구로 후속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것을 본다면 LG로서는 벤치의 판단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 밖에 없게 됐다.

오늘 경기는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가 제대로 적중한 게임이었다. 2점차로 뒤지던 경기 중반 류중일 감독은 필승 계투조를 총출동시키며 승리에의 의지를 불태웠다. 1점만 더 내주지 않고 버틴다면 분명 경기 종반에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정인욱 - 권혁 - 정현욱 - 안지만 - 오승환으로 이어진 삼성 불펜진은 단 한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짜릿한 역전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오늘 승리로 삼성은 SK에 0.5게임차 앞서며 선두로 나섰다. 아직 시즌이 절반이나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1위 등극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지만 난공불락처럼 느껴졌던 SK를 2위로 끌어 내렸다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확실히 지난해와는 달라진 경기 운영을 보여주고 있는 류중일 감독이다. 감독이 미리 이기고 질 경기를 정해놓지 않는, 상식적인 야구가 지금처럼 순풍에 돛단 듯 이어진다면 야구 대통령의 권좌에 오를 날도 그리 멀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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