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KIA 8차전 - 오승환 현재윤 배터리가 삼성을 구했다

9회초에 터진 현재윤의 역전 적시타 한방이 팀을 3연패 벼랑 끝에서 구해 냈다. 삼성은 6월 19일 광주에서 벌어진 KIA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현재윤의 결승타와 안지만, 정현욱, 권혁, 오승환 등 필승 불펜을 총동원해 KIA에 4:3 한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하루만에 2위 자리로 복귀했다.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KIA와의 광주 원정 3연전에서 내리 2경기를 패하며 전날 2위 자리를 KIA에 내줬던 삼성으로선 반드시 잡아야 할 게임이었다. 삼성은 정인욱을 선발로 내세워 필승 의지를 불태웠지만 초반 KIA 김상훈과 김선빈에게 잇따라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출발이 산뜻하지는 못했다. 두 타자모두 홈런타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는 정인욱의 투구가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은 수많은 득점기회를 만들고도 결정적 한방이 터져주질 않아 애를 먹었다. 추격점은 5회에 겨우 터져 나왔다. 0:2로 뒤지던 5회초 배영섭의 안타와 박한이의 2루타때 대주자 정형식이 공격적 베이스 러닝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KIA 좌익수 김상현이 잠시 볼을 더듬은 틈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8회 삼성은 2사 1,2루 동점기회에서 강명구의 평범한 내야 땅볼을 KIA 1루수 최희섭이 송구 실책을 범하는 사이 2루주자가 홈을 밟으며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했지만 계속된 챤스에서 후속타자가 범타로 물러나 경기를 뒤집는데는 실패했다. 9회 역전타가 터졌기에 망정이지 오늘 게임을 놓쳤더라면 두고두고 이 장면이 아쉬움으로 남을 뻔했다.

챤스 뒤 위기가 찾아오는 법. KIA는 8회말 김상현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앞서며 시리즈 스윕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남은 이닝은 9회 단 1이닝 뿐이었다. 박한이부터 시작되는 타선에 마지막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운드에는 손영민이 버티고 있었지만 KIA의 뒷문은 예전처럼 단단히 닫혀있지는 못했다.

기대대로 박한이가 안타로 출루했고, 언더핸드에 약한 박석민은 안타 대신 몸으로 때우며 챤스를 이어 나갔다. 무사 1,2루 절호의 챤스에서 4번타자 최형우는 홈런 대신 내야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KIA 1루수의 수비가 좀더 영리했더라면 병살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1루주자만 2루에서 횡사한 것이 삼성으로선 다행일 정도였다. 그랬더라면 현재윤의 안타가 있었더라도 역전까지는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1사 1,3루 챤스는 계속됐고 현재윤의 손영민의 볼을 우측으로 밀어쳐 깨끗한 우전안타로 연결시켰다. 이 장면에서 KIA로서는 아쉬운 수비가 또 나왔다. 어차피 현재윤이 파워히터가 아니라면 수비 위치를 좀더 앞으로 당겨 놓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결국 그 작은 차이로 발이 빠르지 못한 최형우가 간발의 차이로 홈에서 세이프 되며 경기는 결국 삼성이 4:3으로 역전에 성공하게 됐다.

역전에 성공하자마자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은 첫 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제 페이스를 찾으며 150km대의 강속구로 KIA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다. 특히 1사 1,3루 상황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이범호와 정면 승부를 펼친 장면은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 했다.

오늘 경기 해설을 맡은 허구연 위원은 이 대목에서 만루책을 써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어불성설이었다. 구위가 뒤지지 않는만큼 당연히 정면승부를 펼치는 것이 맞았고, 역전주자를 득점권에 제발로 보내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이범호과 김주형을 범타로 막아낸 오승환의 선택은 아주 훌륭했다. 오승환은 시즌 20세이브를 올리며 최고의 투구페이스를 이어가게 됐다.

난적 KIA를 만나 1승 2패로 부진한 성적을 올리긴 했지만 마지막 경기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화끈한 역전승으로 일궈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자칫 3연패에 빠졌더라면 다음 주초에 만나는 한화전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삐걱거리는 선발진을 재정비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위 레이스에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