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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승효상의 건축여행 건축가라기 보단 철학자나 문학가와 더 어울릴 성 싶다. 건축가 승효상의 이름은 예전부터 들어왔건만, 이제서야 그를 알게 된 것이 아쉽단 생각이 든다. 하긴 제대로 된 건축을 위해서는 철학과 미학, 문학 등 인문학의 모든 것이 녹아들어가야만 할 것이기에 훌륭한 건축, 뛰어난 건축가가 만들어지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길인가 새삼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우리의 고건축들이 소개되어 있어 반가웠다. 회재 이언적이 유유자적함 속에 결기를 세웠을 경주 독락당, 보고 또 보아도 아름다워 늘 가고싶은 소쇄원과 병산서원은 물론, 사찰 건축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영주 부석사와 순천 선암사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승효상은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했다. 이 책의 제목인 는 박노해 시인의 시에.. 2017. 2. 8.
피었으므로, 진다 - 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 마음이 흐트러지는 날에 산사에서 만나는 눈부신 고요와 적멸의 순간들이 한 권의 책에 스며들어 있다. 이산하 시인이 펴낸 에는 5대 적멸보궁, 3보사찰, 3대 관음성지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이름난 고찰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 한권의 책만으로도 만족스런 산사 기행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시인답게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탐미적 허무주의 시인의 현란한 감성과 정제적 시적 사유가 돋보이는 섬세한 자기 내면 기록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평이나, 섬세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인 촘촘한 직관의 그물은 바람의 형체를 건져내 보여주는가 하면, 눈부신 고요가 빚어내는 꿈결 같은 소리들도 우리한테 들려준다는 안도현 시인의 평가가 헛된 것이 아님을 이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시인.. 2017. 1. 11.
언어의 온도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 놓는다. 이것이 이기주 작가를 설명하는 말인 듯 하다. 짤막한 이 글귀에서 부러움이 느껴진다.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요즘같은 세상에서 분명 부러운 일이다. 이기주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말과 글에 온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지각 있는 사람이요 깨어 있는 식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기주 작가가 쓴 라는 책을 읽어가며 처음 나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속에는 담백한 에세이들이 잔뜩 실려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글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접하게 되는 풍경 속에서 느낀 감정.. 2017. 1. 4.
천국은 어쩌면 가까이 - 슬픈 날에도 기쁜 날에도, 제주 제주도. 이름만 들어도 언제든 떠나고 싶어 지는 곳이다. 여러번 다녀 왔지만 여전히 만나보지 못한 풍경과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제주도에 일주일 살아보기, 한달 살아보기 이런 것들이 유행인 모양이다. 그만큼 제주도란 섬이 가진 매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매력적인 곳에서 나고 자란 허지숙, 허지영 자매는 부러운 사람이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위해 6년간 제주로를 떠났던 이들이 다시 돌아와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남겼던 사진과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란 제목의 이 책에는 제주도 사람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숨겨진 비경들이 많이 있다. 책에 담겨진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그 풍경 속으로 떠나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 그녀들의 사진은 사진학 개론이나 이론서에 나와 있는 잘 찍.. 2017. 1. 4.
열아홉 편의 겨울 여행과 한 편의 봄 여행 - 나를 떠나 나를 만나는 시간 나같은 아마츄어 사진가에게 겨울은 부담스럽다. 봄꽃들이 만개하거나, 온 산이 단풍으로 불타 오를 때면 어느 곳으로 떠나도 좋겠지만 겨울은 그렇지 않다. 온통 무채색의 풍경에서 괜찮은 작품 하나를 건져낼 수 있는 내공이 없는 아마츄어들에게 겨울은 잠시 카메라와 멀어져야 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대로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사람에겐 겨울이 제 격이다. 의 지은이 이희인 작가 역시 겨울 느낌을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사진 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겨울이 오롯이 느껴지는 듯 하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리란 짐작이 된다. 이희인 작가 역시 광고 카피라이터라는 직업과 오래 화해하진 못했지만, 그 직업 덕분에 생각과 마음을 늘 열린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고, 채고가 .. 2016. 11. 27.
두 얼굴의 조선사 - 군자의 얼굴을 한 야만의 오백 년 군자의 얼굴을 한 야만의 오백 년. 를 쓴 다큐멘터리 작가 조윤민의 조선왕조에 대한 평가는 무척 신랄하다. 책 머리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그는 조선 시대 양반 지배층을 도덕의 가면을 쓴 위선적 존재로 인식했다. 그런 지배층의 지배 하에 5백 년 이상을 유지한 조선 왕조 역시 좋은 평가를 받을 리 만무할 터. 삼백 여 페이지가 넘는 책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이미지는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조선왕조의 지배층은 물론, 그 시대의 지배 철학, 제도, 사회, 외교 등 전반에 대해 지은이는 혐오에 가까울 정도의 비판을 가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한편은 그의 지적에 공감할 때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이기만 한 그의 신념을 견고하게 만든 원인은 무엇일 지도 궁금해졌다. 궁금증에 대한 해답의 단서는 프롤로그에서 살.. 2016. 11. 26.
시민의 교양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좋은 책이다.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인문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에 대한 나의 평가는 이러하다. 내용도 좋은데다, 책을 쓰게 된 의도가 무척이나 훌륭하다. 누구나한테나 놓여진 두 가지의 삶이 있다. 첫 번째는 세계에 나를 맞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를 나에게 맞추는 것이다.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이 책의 저자 채사장이 독자들을 향해 던지는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많이 배워서 아는 것이 많은 것과, 자신이 아는 바를 타인에게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다.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의 경우가 그랬다. 형제 모두 서울대학교를 나와 형님은 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동생은 모교의 수학 교사로 부임했다. 아주 똑똑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이었지만, 불행히도 학생들에게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습득.. 2016. 6. 16.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최갑수의 여행하는 문장들 이젠 오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떠나야 하는, 여행이 위로가 된다고 믿음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지닌 편한 친구 말이다. 그래서 어제 보고 오늘 또 봐도 반갑고, 십수 년만에 봐도 그간의 공백이 전혀 낯설지 않은 좋은 친구 같은 최갑수의 책을 다시 펴보게 됐다. 참 그다운 책 제목이다. 그래, 최갑수에게 사랑과 여행을 빼면 무엇이 남게 될까. 내가 그를 직접 만난 적도 없을 뿐더러, 이 세상에서 단 한마디의 얘기도 나눈 적이 없는 사이면서도 최갑수의 여러 책들과 사진을 통해 그를 꽤 잘 안다고 자부하는 것도 사실은 '오버'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여행작가란 직업은 결국 글과 사진으로 기억되게 마련이다. 글과 사진을 통해 그를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니만큼.. 2016. 6. 13.
인생풍경 - 일생에 한번은 잊지 못할 풍경과 만나다 공감가는 글과 마음을 사로잡는 사진이 함께 있어 참 좋은 책이다. 한 일간지 여행담당 기자로 십수 년째 매주 여행을 다닌다는 그가 참 부럽다. 물론 그에게 여행은 즐거움일 수도, 때로 힘들고도 지겨운 밥벌이 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라도 일상을 여행으로 채울 수 있음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호사도 아닐 것이기에. 이 책에 담겨진 스물 일곱 곳, 한국의 최고미경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빼앗은 사진은 전북 무주 잠두길 풍경이었다. 모진 겨울 추위를 지낸 나무와 풀들이 연초록의 신록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즈음, 이른 봄날의 풍경은 일년 중 가장 아름답다. 이때의 색이 가장 풍요롭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단풍이 절정에 치닫는 가을날 풍경도 물론 다채롭긴 하지만, 아직은 겨울티.. 2016. 5. 25.
국경을 넘은 한국사 - 왜 한국사는 세계사인가? 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역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면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바람을 타고 최근에 숨겨진 우리의 역사에 관한 책들이 발간되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KBS 기자 출신에 현재는 단국대 교수로 재직중인 안형환 교수의 또한 이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라 볼 수 있다. 왜 한국사는 세계사인가? 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는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의 조상들이 일궈냈던 자랑스런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안형환 교수는 한국인들의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 특히 과거의 모습에 대한 한국인들의 자부심은 어떠한가 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그 스스로도 어려서부터 우리나라는 약소국가이고 수백 번의 외.. 2016. 4. 27.
나를 치유하는 여행 - 여행작가 이호준의 여행에세이 여행의 여러 미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치유'가 아닐까.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속으로 꽁꽁 싸매두었던 상처가 덧나고, 스트레스로 점철된 일상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 보는 것도 좋겠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면, 그 치열한 현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길들이 보이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무엇을 굳이 고치려, 다듬으려 들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한적한 길을 홀로 걸으며, 마주 오는 바람에 내 몸을 온전히 맡기노라면 구석구석의 생채기들이 마치 연고를 바른 듯 아물기도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행작가이자 시인, 이호준 작가가 새롭게 펴낸 책, 에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치유가 될 .. 2016. 4. 7.
홀가분한 삶 - 나다운 삶을 모색하다 누구나 홀가분한 삶을 원할 것이다. 자발적인 의지로 번잡스럽고 어지럽게 살고 싶은 이는 아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모진 세파에 부대끼며, 인생의 질곡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좀더 나은 노후를 위해,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우리들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일해야 하고, 누군가를 넘어서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진 것이 많아지고, 좀더 큰 집에 살게 되길 희망한다. 그런 것들을 얻기 위해 현재의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결국은 이런 논리인 것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청춘이 누릴 수 있는, 혹은 당연히 누러야 하는 행복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백번 양보해서 젊어.. 2016.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