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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9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9 -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유홍준 교수의 문화재 답사기가 서울의 이야기를 담아 새로 나왔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편에서 경복궁을 소개하긴 했지만, 온전히 서울에 있는 문화유산을 담은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홍준 교수는 서울편을 네 권으로 담아 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그 첫 편은 종묘와 서울의 궁궐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일본의 교토가 사찰의 도시, 중국의 소주가 정원의 도시라고 한다면 서울은 궁궐의 도시라 부를만 하다고 그는 얘기한다. 역사도시로서의 서울의 품위와 권위는 조선왕조 5대 궁궐에서 나온다고 단언한다. 1997년에 종묘와 창덕궁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사례에서처럼 5대 궁궐을 모두 묶어 한꺼번에 등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움으로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편 제1권의 제목은 '.. 2017. 10. 2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유홍준 교수의 여덟번째 문화유산답사기가 나왔다. 그의 이번 발걸음은 남한강을 따라 우리땅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책 표지에 소개되어 있는 온달산성의 풍광이 눈길을 끈다. 남한강 줄기를 따라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며 휘몰아치는 모양이 그 옛날 고구려의 기상을 한껏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종 애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강원도 영월을 시작으로 충주호반의 세 고을인 제천, 단양, 충주을 지나, 남한강변의 폐사지에서 숨을 고른 이번 답사기는 여주의 신륵사에서 그 끝을 맺는다. 시간 날 때마다 발길을 바삐 움직여 다녀본 고을들이라서 그런지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지명과 풍경들이었다. 인류 문명의 시작은 강과 함께였다. 세계의 이름난 고대 문명의 발상지들이 이를 입증한다. 사람들의 생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 2015. 11. 5.
늘 즐겁고 설레는 운문사 찾아가는 길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곳일지라도 마음이 끌리는 곳이 있다. 청도 호거산 운문사 역시도 내게는 그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 중의 하나다. 대구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운문사를 찾게 되곤 하는데 언제든 운문사를 향해 가는 길은 즐겁고 설레는 순간의 연속이다. 운문사를 향해 가는 길은 꼭 이 운문댐을 지나야 한다. 물론 석남사 쪽에서 넘어온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고개마루를 넘으며 드넓은 운문호를 바라보노라면 시원스런 풍광에만 눈길이 갔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 때문이다. 깊고 푸른 물 속에 잠긴 땅이 한때는 이곳에 살던 누군가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는 것은 사실 고향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내게는 직접적으로 와닿는 느낌은 아니다.. 2012. 4. 20.
유홍준의 국보순례 - '나라의 보물'을 순례하는 마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뒤늦게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오래된 것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예술작품들을 제대로 느끼고 감상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보는 노력만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과의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테지요. 그래도 믿어 보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이 짧은 글귀가 마치 정수리를 뚫고 지나는 것처럼 선명한 울림을 안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문외한에 불과한 사람이지만 보고 또 보고, 열심히 공부하고, 좀더 느껴보려 애쓴다면 분명 오늘보다는 밝아진 눈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유홍준 교수는 이 책을 '나라.. 2012. 1. 3.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 담양 식영정 담양은 유명한 것이 참 많은 고을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대나무가 많이 나는 고장이라 사회 시간에 배웠고, 나이를 먹어서는 떡갈비와 대통밥 등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가을로' 라는 영화를 통해 소쇄원이라는 아름다운 원림을 알게 되고 나서는 담양을 정자의 고장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유홍준 교수 역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에서 담양의 정자와 원림을 소개하면서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담양은 시가 문학의 중심지답게 수많은 누각과 정자와 원림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송강 정철의 흔적을 되살펴 볼 수 있는 송강정, 면앙정을 비롯해 소쇄원, 명옥헌, 환벽당, 취가정, 식영정까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돕니다. 한번 가기 힘든 담양을 서너차례 다녀오면서도 매번.. 2011. 12. 6.
깊은 산 속의 깊은 절, 순천 선암사 '깊은 산 속의 깊은 절'이란 표현은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유 교수님은 선암사를 소개하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나라 산사의 미학적 특질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깊다는 표현은 사실 산이나 절에 어울리지는 않다고 해야 겠지만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또한 이 말처럼 우리땅의 풍광을 잘 나타내는 것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선암사는 5년만에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그 세월만큼 여러 변화가 있었겠지만 그저 호젓하기만 했던 첫 방문 때와는 달리 이번에 다시 찾은 선암사의 느낌은 다소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가을이기 때문이겠지요.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가득이었고 한층 넓어진 숲길에는 알록달록한 옷들로 치장을 한 사람들로 .. 2011. 11. 8.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야___, 저 소리를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가는 방법은 없나. 이 짧은 한마디가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마음을 울린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편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속 운문사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운문댐 건설로 인해 수몰지역 철거가 한창 진행중이던 1992년에 운문사 인근의 한 중학교 교정에서 울려 퍼지던 브라스밴드가 텅 빈 대천리 마을 하늘에 장송곡 가락처럼 길게 퍼지던 그 장면이 그려진다. 내가 운문사 가는 길에 운문댐을 가 봤던 것이 불과 십수년 전의 일이었으니 미처 그보다 몇 해 전에 벌어졌던 가슴 아픈 역사를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저 원래부터 이 자리에 댐이 있었던 것이려니 무심코 보아 넘겼고, 푸르디 푸른 호수의 장관에 그저 시선을 빼앗겼던 그때의 무심함이.. 2011. 11. 5.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유홍준 교수는 이십년 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그 첫 권을 발간하면서 남도답사 일번지로 전남 강진과 해남을 소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2권에서 전북 부안을 두고 남도답사 일번지로 많은 고민을 했음을 고백하고 있지만 내가 직접 가 봤던 느낌으로도 강진과 해남이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사실 강진과 해남이라는 땅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주역이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역사에서 배웠던 바로는 조선시대 유배지 중 한 곳으로 이름을 남기긴 했지만 수천여년 민족사의 영광스런 중심에 서지 못하고 그저 변방에 불과했던 곳이었지만, 한편 그로 인해 지금껏 자연 그대로의 멋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십년을 살아왔던 경상도 .. 2011. 10. 2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6권 - 인생도처유상수 사진, 돌아다님, 오래된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초판이 나온 지 이십여년이 되어 가는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이지만 오랜 공백 끝에 제6권이 '인생도처유상수'라는 알듯 말듯한 부제를 달고 나왔다. 무엇보다도 우뚝 솟은 황매산을 배경으로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영암사터 쌍사자 석등의 모습이 시선을 이끈다. 그 오랜 세월을 비바람에 깎이고 씻겨나갔지만 그래서인지 더 애잔하고 더 정감이 가는 느낌이다. 석등과 석탑이 지닌 조형미도 말할 것이 없겠거니와 그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황매산을 차경으로 삼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 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덕분인지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몇몇 곳은.. 2011.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