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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땅161

숨겨진 보물같은 경주 흥덕왕릉의 비경 녹음이 우거진 계절이다보니 확실히 소나무숲의 푸르름도 느낌이 다릅니다. 수백 그루의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마치 이무기들이 떼를 지어 하늘로 승천하려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합니다. 이 울창한 숲을 지나면 비밀스런 왕의 무덤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무인상과 석사자상이 호위하듯 무덤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 흥덕왕릉은 제게는 숨겨진 보물같은 곳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언제 가더라도 호젓하게 나만의 산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경주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위치이고 찾아가기도 그리 쉽지 않다보니 일반인들이 여기까지 찾아오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주에서야 흔하디 흔한 것이 무덤이니까요. 하지만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곳의 솔숲은 다른 어떤 곳과 .. 2011. 8. 7.
흙먼지 날리며 병산서원을 다녀오다 모처럼 병산서원에 다녀 왔습니다. 이곳 역시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곳입니다. 하회마을로 들어서는 길을 지나 낙동강변 쪽으로 좀더 들어오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길이 시작됩니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길입니다. 차라도 한대 지나갈라치면 온통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요즘같은 세상에선 쉽게 만나기 힘든 길이기도 합니다. 처음 병산서원을 찾았을 때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기도 했었지요. 그때는 포장되지 않아 울퉁불퉁하기만 한 이 길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 병산서원 가는 길이 고작 이 정도라니. 하루빨리 포장작업을 하도록 안동시에 건의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몇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또다른 마음입니다. 옛 모습 그대로 있.. 2011. 7. 7.
황악산 아래 길상지지(吉祥之地)에 세워진 직지사 마치 처음 가 보는 곳인 것처럼 설레임을 안고 직지사를 찾았다. 일 때문에, 혹은 친구들과 이곳에 왔던 것이 대여섯번은 되는 것 같은데 묘하게 절 풍경이 생소하다. 차라리 절 입구에 깔끔하게 조성해 놓은 직지문화공원 모습이 눈에 익다. 이번에는 제대로 직지사 구석구석을 돌아볼 생각으로 일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직지사로 향했다. 마침 직지문화공원에서는 풍물패 공연이 있어 시끌벅적하니 활기가 넘쳤다. 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쉬었다 갈 수 있는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생각해 본다. 일주문으로 향하는 숲길이 싱그럽다. 아스팔트나 보도블럭으로 포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흙길이라 걷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수령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아 보이지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 2011. 6. 8.
계룡팔경의 하나인 가을 풍경이 기대되는 계룡산 갑사 실제로 가 본 갑사는 생각해 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갑사의 가을이 계룡팔경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절경이라지만 갑사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초여름의 신록 또한 동학사 계곡의 신록에 뒤질 것이 없어 보였다. 생각보다는 큰 절이었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계룡산 갑사라고 씌어진 일주문을 지나면 멋진 풍경들이 반겨준다. 수령 수백년은 훌쩍 넘은 고목들이 넉넉한 품으로 하늘을 가려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군데군데 껍질이 벗겨진 나무를 따라 담쟁이가 짝을 이뤄 하늘로 내달리고 있다. 피곤에 찌든 두 눈이 아주 호강을 하는 느낌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갑사 구석구석에는 연등이 가득이다. 알록달록한 연등의 다양한 색이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산과 계곡의 모습.. 2011. 6. 7.
해질 무렵 햇살처럼 따사로운 기억의 부여 무량사 몇해전 경주 서출지를 들렀다 우연히 만나게 된 무량사란 절이 있었다.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경주 무량사라는 절의 유래나 기원을 알 방법이 없었는데 그 덕분에 충남 부여에 같은 이름을 지닌 무량사를 알게 된 것도 우연이 빚어낸 필연이었을 것이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부여 무량사에도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약속을 생각보다 빨리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주와 부여의 여러 곳들을 다니다보니 계획보다 시간을 지체한 탓에 무량사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 다 됐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일주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미 절 구경을 다 마친 일행이 돌아 나오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한데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적막 속에 유독 도드라지게 들렸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신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에 내.. 2011. 6. 6.
바람결에 실려오던 종소리가 떠오르는 청양 고운식물원 충남 여행중에 칠갑산이 있는 청양을 빼놓을 수 없어 둘러볼만한 곳을 찾다 발견한 곳이 고운식물원이었다. 천문대가 유명하긴 하지만 하필이면 1박2일이 다녀간 지 얼마되지 않아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다음으로 미뤘다. 고운식물원. 일단은 이름이 참 좋다. 경북 의성에 있는 고운사란 절의 이름을 혼자 불러 볼 때마다 참 절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이곳 고운식물원도 딱 그 이름에 걸맞는 곱고 친절한 식물원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이용해 훼손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운식물원은 오르내리는 가파른 길이 많다. 산을 깎아내서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지 않다보니 당연히 사람들이 조금 더 힘든 노고를 해야 한다. 사람이 조금 힘든 대신 자연이 덜 상처를 받는 셈이니 .. 2011. 6. 5.
자연과 예술이 함께 하는 '그림이 있는 정원' 그림이 있는 정원에는 잘 가꿔진 정원이 있고,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림이 있다. 그리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함께 하고 있는 공간이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 매현리 3만평의 대지를 30년간 땀으로 가꿔 지난 2005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교통사고로 인해 구필화가로 변신한 임형재 씨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86년 단국대 관상원예학과에 입학했던 그는 이듬해 사고를 당해 혼자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다. 최고의 전통가구 명장이었던 아버지 임진호씨는 하루종일 누워 지낼 수 밖에 없던 아들을 위해 창밖 잘 보이는 자리에 소나무 두 그루를 심었고 이후 10년여의 세월이 흘러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수목원을 이.. 2011. 6. 2.
칠갑산 자락에 두개의 대웅전을 지닌 장곡사 청양이 충청도의 오지라는 사실은 미처 몰랐네요. 청양고추라는 이름의 원조를 두고 경북 청송군과 영양군의 첫 자를 딴 청양이냐, 아니면 충청남도 청양이냐 논란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세 곳 모두 오지 중의 오지라는 것이겠군요. 제가 살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에는 BYC라고 불리는 세 곳의 오지가 있습니다. B는 봉화, Y는 영양, C는 바로 청송이 되겠습니다. 이 쪽을 워낙 여러번 다녀봐서 오지의 느낌이 어떤 것이라는 건 대충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직접 다녀온 청양은 사실 그기에 비하면 명함 내밀기 어렵지 않나 그런 생각입니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장곡사는 그 유명한 칠갑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공주 마곡사의 말사로 절은 아주 소박한 모습입니다. 절의 규모.. 2011. 5. 31.
금강의 부드러운 곡선을 빼닮은 공주 공산성 사이버 공주시민에게는 몇군데 유적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주로 떠나기 전에 미리 홈페이지에 들어가 시민증을 발급받았습니다. 무령왕릉, 공산성, 석장리박물관 입장이 무료이고, 공주 시내 식당 등을 이용할 때 할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이버 공주시민증은 종이로 인쇄할 수도 있고, 휴대폰으로도 다운이 가능하더군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공주 공산성으로 향했습니다. 아 그런데..이날만 그랬는지 몰라도 입구에서 따로 입장료를 받지는 않더군요. 저 멀리 높다란 언덕 위에 세워진 공산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성을 향해 오르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금서루입니다. 금서루는 지금은 원형을 알 수 없는 공산성의 서문 격으로 이 누각에서 공주 시내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색다르네요. 마.. 2011. 5. 29.
백제 불교 도래지 영광 불갑사에서 맞이한 봄 예전에 "호남의 절들은 영남 신도들이 다 먹여 살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사찰에서 받는 느낌이 다르다. 조계종 본사인 큰 절들도 경상도 절들에 비해서 화려함이 훨씬 덜 하고 담백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절의 위용과 불상의 화려함이 불심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불교 정신을 중심으로 삼국 통일을 이뤘던 신라와 마찬가지로 백제 역시 그 옛날에는 부처님의 땅이었다. 그 믿음과 기원의 깊이는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니 진정한 산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전라도로 떠나보라 권하고 싶다. 백제 최초의 불교 전래지라고 알려진 불갑사는 전라도 영광 법성포 가까이에 있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마라난타가 침류왕 원년이던 384년에 이곳을 터를 잡았.. 2011. 5. 24.
벚꽃 만개한 개심사에서 마음을 열다 개심사(開心寺). 참 멋진 이름을 가진 절입니다. 직접 가보면 이름만 멋진 게 아니라 그 이름에 어울리는 아름다움과 멋을 가진 절이란 걸 알게 됩니다. 모처럼 산사라는 이름에 걸맞는 아담하고 조용한 절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개심사는 작은 절입니다. 예산에 있는 수덕사의 말사로 백제 의자왕 11년때 지어진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절의 규모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진 탓인지 주차장은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복잡했습니다. 입구의 상가를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상왕산 개심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일주문을 만나게 됩니다. 보통의 절처럼 평탄한 길을 조금만 걸어 가다보면 절을 만나게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 가뿐 숨을 몰아쉴 .. 2011. 5. 22.
싱그러운 신록이 아름다운 계룡산 동학사 지금도 이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일주일전 그날의 설레던 마음이 다시 느껴지는 듯 하다. 1992년 겨울 무렵 마지막으로 계룡산을 다녀왔으니 무려 이십년만이었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할 시간이었지만 입구에서 동학사로 오르는 길을 걸으며 희미한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그날로 다시 되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대학시절 친한 친구들끼리 계룡산을 처음 찾았던 것이 1991년 가을이었다. 산에 텐트를 치고 직접 밥을 해먹고, 지금으로 치자면 1박2일식 야외취침 그대로였다. 새벽녘엔 꽤 쌀쌀했고 계룡산 산행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한 추억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 때문에 1년 후 겨울에는 후배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MT를 오기도 했었다. 하필이면 한겨울인데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 때문에.. 2011.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