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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96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아름다운 시가 그림을 만났다. '접시꽃 당신'의 저자 도종환 시인이 시를 쓰고, 화가 송필용이 시 한편 한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렸다. 흔히 시를 읽으며 떠올려지는 이미지를 나름대로 그려보곤 하는데 이 시집은 그런 수고마저 덜어주려는 것처럼 친절하다. 표지에는 풍성하니 꽉 찬 보름달을 배경삼아 수많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듯 피어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인의 말에 위로를 얻는다. 세상에 나 혼자만 바람에 흔들리며, 비에 젖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고마운 일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모두는 아름답고 빛나는 꽃들로 피어났다 지는 것이니 순간순간 찾아오는 시련에 절망하지도, 잠깐 얼굴을 내민 봄햇볕에 너무 들떠하지도 말아야 겠구나. "가장 뜨거운 시간이 지나간 뒤에 더.. 2012. 8. 30.
시가 내게로 왔다 -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 자기 마음에 있는 생각들을 하나도 숨김없이 시로 드러내놓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김용택 시인은 서정주의 시 '上理果園'을 읽은 감회를 써내려가면서 시를 쓴다는 것, 시를 읽는다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자기의 마음을 한치의 어김도 없이, 조금의 가감없이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압축되고 정제된 단어를 통해 詩라는 형식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시인의 '창작의 고통'은 더 할말 필요도 없을 터. '시가 내게로 왔다'는 김용택 시인이 문학을 공부하면서 읽었던 시인의 시 들 중에서 오래동안 남아 빛나고 있는 시들을 묶어 한권의 책으로 펴낸 책이다. 박용래 시인의 '겨울밤'으로부터 서정주의 '上理果園''에 이르기까지 총 마흔아홉편의 시가 담겨 있다. 그 모두가 "시인 김용택이 사랑하고.. 2012. 8. 23.
당신에게, 여행 - 최갑수 빈티지트래블 나온다는 얘기도 없더니 어느새 최갑수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당신에게, 여행'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에는 최갑수가 다녀온 여행지 아흔아홉 곳이 소개되어 있다. 세상은 넓고 좋은 곳도 많겠지만 많고 많은 장소 중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충분할만큼 매력적인 곳이란 생각이 든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시간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덕분에 책 속의 풍경 속에 나의 발자국들도 많이 남아 있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각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느낌은 다 다를 것이다. 사진 몇장을 통해 최갑수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본다. 수십 수백의 사진 중에서 하필이면 이 사진들은 골랐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 여행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을 선택하는 것도 행복한 고민이었을 것 같다. 이 책은 여.. 2012. 8. 19.
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라는 이름 석자는 최근 몇달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온 키워드였다. 다소 갑작스러웠던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 이어 그의 통큰 양보(?)로 이룬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는 기존 정치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향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역학구도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의 대선 출마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가타부타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그의 속마음이 어떤 것인지 모두 궁금한 차에 때맞춰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나오자마자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폭발적인가를 짐작케 하는 현상이다. 그는 이 책을 시작으로 그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들을 우리에게 들려 주고, 다양한 의견들을 피드백해서 앞으.. 2012. 8. 18.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 작가 조진국이 전하는 특별한 사랑 이야기 길게만 느껴졌던 여름 휴가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미리 사 두었던 책들도 다 읽고 나니 책장에 꽃혀 읽던 오래된 책들에 눈길이 간다. 책을 뒤적이다 보면 이런 책들도 있었네..왜 그 전엔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손에 잡히는대로 쥐어 든 '고마워요, 소울 메이트'라는 제목의 이 책을 내가 사지는 않았을 거라는 정도일 것 같다. 소울메이트(soulmate) 영혼(마음)이 통하는 사람 또는 친구 우리가 쉽게 얘기하는 소울메이트의 사전적 의미는 저렇다. 그러니까 소울메이트는 말처럼 쉽지 않은 사이다. 제 아무리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친한 사이라고 해도 영혼이 통하는 사이가 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살아오면서 체감하게 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런 희소성 때문에.. 2012. 8. 4.
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 - 비바리의 178가지 특별 레시피 아마도 나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요리'가 아닐까 싶다. 나름 자취 생활을 몇해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는 요리가 없다. 타고난 천성이 조곤조곤 재료를 준비하고 정성들여 음식을 만드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러기엔 지나치게 입이 짧은 태생적 한계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 내가 조금은 두툼하기까지 한 요리책을 펴 들고 살펴보고 있다. '비바리'라는 필명으로 더욱 유명한 블로거 정영옥님이 펴낸 '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에는 그녀가 정성스레 만든 178가지의 레시피가 담겨져 있다. 여러 블로그를 통해 그녀의 요리 솜씨는 이미 온라인 상에서 검증된 바 있지만 그녀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아기자기한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그녀는 소.. 2012. 8. 3.
다시, 집을 순례하다 - 20세기 건축 거장들이 지은 8개의 집 이야기 만약 내세가 있어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남은 인생의 꿈 가운데 하나도 좋은 터에 자리잡은 집을 한채 짓는 것이다. 아마도 그 꿈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 집을 짓는 데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 것이 분명하고, 지금의 내 벌이로 그 돈을 충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테니까.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종이 위에 끄적거려 보고, 머릿 속으로 그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어려서 부터 존재하던 공상가적인 기질은 나이가 들어서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상상할 수 있는 자유, 무언가를 꿈꾸어 볼 수 있다는 것은 한편 괴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밋밋한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 되어줄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건축에 관련된 책들을 자주 .. 2012. 8. 2.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뉴스 사용 설명서 시사 평론가 김종배는 내게 익숙한 이름이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서 '뉴스 브리핑' 코너로 아침 시간을 열어 주었고, 그가 운영하던 1인 미디어 '미디어토씨'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지적이면서도 다소 야성적(?)인 느낌을 풍기는 외모는 이번에 출간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의 표지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어릴 적 나는 유난히 뉴스와 신문에 집착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었고 정치인들, 고위 관료들의 이름을 외는데에는 이골이 났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미디어 홍수인 시대는 아니었기에 세상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80년 군부에 의해 자행된 언론 통폐합에서 살아 남은 일부 언론은 그래서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2012. 7. 30.
파페포포 기다려 - 파페포포 10년 '파페포포 기다려'는 지난 2002년 심승현 작가가 '파페포포 메모리즈'로 국내에 처음으로 카툰 에세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개척한 이후 10년만에 다섯 번째 나온 책이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작가도 독자도 많이 자랐을 것이지만 파페포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추억, 사랑, 격려, 희망이라는 단어들로 귀결되어 진다. 몇해 전 우연히 '파페포포 안단테'를 읽고 심승현과 파페포포의 팬이 되었고 다섯 권의 책을 모두 읽어보게 됐다. 파페와 포포는 나의 이야기일 수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일 수도 있어 쉽게 공감이 되어 좋았다. 결코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 않음에도 세상을 향해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어찌보면 식상한 주제들일 수도 있다. 추억이라는 것도, 사랑과 격려라는 것도.. 2012. 7. 22.
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을 가르쳐 주겠다는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으며 여러번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 어렵기도 하면서 또 어찌보면 아주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복잡한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서 6가지 법칙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로버트 치알디니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심리학과 석좌교수로 그가 사회적 영향력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게 된 데에는 이탈리안 가정에서 태어났으면서 독일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던 밀워키시의 폴란드인이 많은 동네에서 자랐다는 특이한 배경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저자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남에게 잘 속는 어리숙한 사람, 속칭 '봉'으로 살아온 개인.. 2012. 7. 22.
기후 커넥션 - 지구 온난화에 관한 어느 기후 과학자의 불편한 고백 지난 2006년 9월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은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미국의 부통령을 지냈고 지금은 환경운동가를 활동하고 있는 앨 고어는 이 영화에 등장해 전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인간들의 무분별한 소비행태가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를 지목하고 있다. 영화 속에 비쳐진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두려울 정도다. 전 세계의 이름난 대부분의 빙하 지대가 녹아내려 심각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왔고, 지금과 같은 속도로 CO₂가 증가하게 된다면 오래지 않아 플로리다, 상하이, 인도, 뉴욕 등 대도시의 40% 이상이 물에 잠기고 네덜란드는 지도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지구 온난화는 진실이다.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서 우리는 전 세계 곳곳.. 2012. 7. 7.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 - 문화유산 해설사 따라 사찰 여행 전국의 수많은 절들을 찾아 다녔으면서도 정작 불교 문화와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것 같다. 절은 절하는 곳이라는데 나는 법당에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가장 낮은 자세로 절 하는 법이 잘 없었던 것이다. 절은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그저 세상과 떨어진 산사의 고요함과 절집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에 만족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절에 들어서면서 차례로 지나게 되는 문들이 어떤 의미인지, 수많은 탑과 불상, 그리고 전각들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고, 왜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자타의 의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없음에 답답했다. 좀더 알게 되면 좀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또한 좀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한 몫 했다. 대학에서 중국어와 중문.. 2012.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