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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257

기획의 정석 - 무에서 유를 만드는 10가지 빡신 기획 습관 술술 잘 읽혀서 페이지가 잘 넘어갈 것,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파악될 것, 기대 이상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기대를 실망시키지 말 것,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지는 못하더라도 여러번 머리를 절로 끄덕이게 할 것, 책을 덮고나서 책장에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 다시 읽게 만들 것.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게 만들 것. 앞에 열거한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책의 개인적 기준이다. 대학시절 공모전 23관왕 신화에 빛나는 박신영이 지은 '기획의 정석'이란 책이 딱 그렇다. 북카트에 넣어두고 한참이 지나 이 책을 살까말까 잠시 고민했었다. 사실은 "공모전 23관왕의 신화! 삼성 기획사고력 교육 강사! 삽질정신의 저자 박신영이 기획의 멘토로 돌아오다!"라며 책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들이 지나치게 가볍.. 2013. 9. 4.
한국현대사 - 역사 왜곡은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나쁘다! 우리 현대사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지만 사실 조금은 실망스럽다. 이 책의 공저자인 16인의 학자들의 성향이 어떠한 지는 애시당초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개인의 가치관, 성향에 따라 물론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역사를 연구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가르치는 사람들의 시각에 있어서는 학문하는 사람의 꼿꼿함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의 머리말은 읽는 이의 머리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16명의 필진을 대표한다는 차하순, 이인호, 한영우, 남시욱 등 4인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를 "심각한 상황에 이른 한국 현대사의 왜곡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충정에서라고 밝히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의 역사학계가 좌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학자, 교육자, 문화계 종사자들에 의해 .. 2013. 9. 3.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이런 형태의 그림을 전문적으로는 어떻게 부르는 지 잘 모르겠지만 허허당의 글과 그림을 절에서 자주 본 기억이 난다. "스님의 그림은 자유로움 그 자체다. 일필휘지로 생명력 가득한 존재를 담아냈다"는 미술 평론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스님의 그림에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안온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자신은 초연한 삶을 살면서도 사바세계의 희노애락에 발붙이고 사는 가련한 중생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더 혹독하고 외로운 구도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가르침이기에 우리의 마음에 확연히 새겨질 수 있는 것이리라. 오직 사람만이 외롭고 괴로운 법이다. 마음이 속절없이 바쁘거나 허허로운 것 또한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 2013. 8. 26.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 '야하고 이상한 여행기'라더니 그리 야하지도 않고, 여행지에서의 느낌에 대한 세세한 소개도 없으니 이상한 에세이가 맞긴 맞다. 글자 하나, 표현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본 탓 인지 반나절 만에 뚝딱 책 한권이 읽혀졌다. 처음 느낌은 조금 불쾌했으나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는 다행스럽게도 불편함이 많이 사그라든 기분이다.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이란 책을 함부로 말하자면 김얀이라는, 나이 서른 먹은 여자의 남성 편력을 부끄럼 없이 끄적여 놓은 것에 불과하다. 13개 도시에서 만난 13명의 남자 이야기. 아무리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시집도 안간 아가씨가 "나 이렇게 많은 남자들과 만나 하룻밤 섹스를 즐겼소" 하는 고백이 기꺼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도대체 뭘.. 2013. 8. 23.
보통의 존재 - 이석원 산문집 책에 끌렸던 건 아마도 제목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통의 존재. 듣다보면 하찮고 별 것 아닌 사람이라는 것 같아 왠지 탐탁치 않지만, 특별하기는 커녕 보통보다도 못한 내 자신이 떠오르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그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샛노란 표지에 그려진 세 개의 의자와 세로로 씌어진 제목. 표지만은 내게 보통이 아닌 아주 특별한 존재였던 책이다. 이 책을 쓴 이석원이란 사람에 대해선 전혀 무지했다.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주워 들었지만 책을 읽고 난 지금도 그의 생김새나 경력에 대해선 별로 궁금하지 않다. 나 역시 그와 같이 '보통의 존재'임을 자각하고 살아가고 있을테니 각자의 여행이 길어진다면 세상 끝 어디쯤에서 스쳐 지나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가 살아온 인생은 평.. 2013. 8. 20.
임진왜란 비겁한 승리 - '자랑스러운 역사' 임진왜란의 어두운 기억 좀 뜬근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420여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이제금 다시 이야기 하는 이유가 뭘까 하고 말이다. 의 지은이 김연수는 임진왜란은 살아 있는 역사이며, 임진년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조금도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 물음에 답 했다. 그는 책의 머릿말에서 임진왜란은 지배층의 무능과 부도덕이 빚어낸 민족적 참화였음을 다시금 주지 시킨다. 그 당시 조선이라는 나라가 안고 있던 총체적 문제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임진왜란.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2013년의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 또한 암울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기본적 시각이다. 이 책을 읽으니 묘하게 김훈의 이라는 소설을 읽었던 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역시 무능하고 부도덕한 왕과 사대부로 인해 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했던.. 2013. 8. 2.
왕과 아들 -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아비와 자식 사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권력이나 금전이 개입하면 그 긴밀한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구중궁궐 깊숙한 곳에서 펼쳐지는 최고 권력자 '왕'과 그의 후계자인 세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갈등과 불협화음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껏 영화나 드라마에 소재로 자주 사용되었다. 이성계의 조선 개국과정을 그렸던 대하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는 아버지 못지않은 야심가였던 이방원과 태조 이성계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잘 묘사됐었고, 몇 해 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산'에서는 뒤주 속에 갇혀 죽임을 당했던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의 참담함이 잘 나타나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강문식, 한명기, .. 2013. 7. 24.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라고 하면 너무 박한 대접일까.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 중 한명이라고 해 두자. 본업인 소설이 아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어떨까 궁금했다. 단지 단순한 그 이유 하나만으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다소 생뚱맞은 제목을 가진 그의 에세이 한권을 읽어 보게 됐다. 무라카미 스타일로 쓰는 에세이의 원칙은 이렇단다. 타인의 험담은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변명이나 자랑을 되도록 하지 않기, 시사적인 화제는 가능한 피하기가 그것이다. 학창시절 배운대로 표현하자면 경수필, 미셀러니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글은 가볍고 일상적이고 담백했다. 그렇다고 그의 본업인 소설 쓰기가 아니라고 해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를 그저 쉽게 생각하고 쓰지는 않은 듯 하다... 2013. 7. 14.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 - 전통건축, 그 종의 기원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고택, 오래된 절집을 많이 찾아 다니긴 하지만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이나 전문 서적 한번 읽어본 적이 없으니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건물을 봐도 무엇에 감탄해야 하는 지, 왜 역사적으로 주목받는 것인 지를 알 수가 없어 답답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이것이 문외한일 수 밖에 없는 일반인들만의 탓은 아니다. 문화재 안내판을 봐도 마찬가지다. 하앙이니 부연이니 갈모산방이니 하는 말들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무릇 안내문이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듣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안내문을 보면 머리만 더 아플 뿐이다. 지금보다 더 모를 때, 나는 오래된 한옥믈 볼 때마다 지붕에 눈길이.. 2013. 7. 14.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뭔가 찜찜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시인 최갑수가 이렇게 부지런할 리가 없지 않은가. 조금만 더 세심하게 살폈더라면 'Sentimental Travel' 라는 문구를 놓쳤을 리가 없다. 이미 몇해 전에 한 번 당한 적이 있던 나로서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한편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 최갑수의 신작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결국 몇 해 전에 그가 펴낸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이란 책을 다시 펴낸 것에 불과하다. 물론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을 사진까지 그대로 실어서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란 제목의 책으로 발간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은 "그래도 양심은 있네"라고 봐 넘어갈 만 하다. 제목은 참 마음에 든다. 언제나 그렇듯 최갑수의 책에는 시.. 2013. 7. 11.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 였다. 전작 를 흥미롭게 읽었으면서도, 나는 그녀가 여자였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보통 글을 읽다보면 남성, 혹은 여성 특유의 문체나 느낌이 글에서 묻어나기 마련인데 세형이란 이름이 지닌 중성성에 많이 홀렸었나 보다. 전작처럼 이번에도 제목을 잘 뽑은 것 같다. 어른이 되려면 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 하던 나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첫 작품에 손이 갔었고, 남들과 비교해 조금 혹은 많이 느린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가끔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나이기에 두번째 작품에도 당연스럽게 이끌렸다. '나는 1집을 사랑한다'는 글에도 나와 있듯 1집, 혹은 첫 작품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더 이상 쏟아내지 .. 2013. 7. 7.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 박노자의 삐딱한 국가론 추천사를 쓴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지적처럼 그의 책은 불편하다. 하물며 책 소개에서도 '박노자의 삐딱한 국가론'이 썼을 정도니 이건 아예 대놓고 독자들에게 도발을 하는 격이다. "이 글 읽으면 좀 불편하긴 할텐데, 그래도 이런 불편한 진실 알고 싶지 않니?"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독자들이 책의 성향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일종의 친절을 베풀었다고 좋게 봐 줄 수도 있겠다. 박노자 교수는 라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아주 독특한 체제 안에서 태어나고 훈육된 이 땅의 순진한 국민들에게 당신을 위한 국가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국가란 지배계급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사무총국'에 불과하며, 힘없는 자들(외국인이든 내부의 비국민이든)을 조직적으로 대량으로 살해하는 기계라는 것.. 2013.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