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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삼남의 4대 명당으로 꼽히는 봉화 닭실마을

by 푸른가람 201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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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실마을을 알게 된 건 딱 1년 전이었다. 불영사를 거쳐 닭실마을을 다녀온 친구의 사진을 보고 난 뒤부터 언제고 이 곳을 꼭 한번 가보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러 버렸다. 친구가 다녀왔던 그때 그 길을 이번엔 내가 혼자 거닐어 보았다. 같은 곳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느낌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을 나눠볼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봉화 닭실마을은 삼남(충청, 전라, 경상도)지방의 4대 명당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보면 이곳 봉화 닭실마을, 경주 양동, 안동 내앞, 풍산 하회가 그 곳이라 한다. 지난달 다녀왔던 강릉의 선교장도 손꼽히는 명당 자리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닭실마을의 충재종택과 청암정을 둘러보면서 참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닭실'이란 이름은 풍수지리학상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란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풍수에 문외한이다 보니 정말 그런지 알 도리는 없었지만 조선 중종때의 대신 충재 권벌 선생이 터를 잡고 그 후손들이 500년 이상이나 지켜오고 있는 것을 보면 천하의 명당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충재 선생이 터를 잡은 후 이 마을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하였다 한다. 일제시대때는 이 마을의 맥을 끊기 위한 치졸한 일도 벌어졌었는데 이 마을 앞을 휘돌아 나가고 있는 철길이 바로 그 것이다. 인근의 춘양목을 실어 나르기 위한 명목이긴 했지만 곧은 길을 놔두고 일부러 이 마을 부근에 철도를 놓았던 건 닭의 천적인 지네 모양의 철길을 놓으면 이 마을의 정기가 끊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 한다.







닭실마을을 대표하는 건물이 바로 충재고택과 청암정이다. 넓은 마당에 파란 잔디가 인상적이었다. 예전에야 아흔아홉칸 대저택이었겠지만 지금은 남아 있는 건물이 얼마 되지 않아 과거의 영화를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다. 구석구석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나지막한 담장과 그 안에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는 마당이 시원스럽다.





특히나 고택 마당에서 특이한 형태의 대문을 통해 부드러운 곡선의 산과 푸른 들녘을 바라보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이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치 강릉 선교장을 거닐면서 부질없는 욕심이 났던 것처럼 말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손을 본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하긴 이미 이곳은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유명해졌다. 문근영, 박신양이 주연했던 '바람의 화원'에도 등장했고, 한석규, 이범수가 나왔던 '음란서생'의 촬영지로도 쓰일 만큼 풍광이 뛰어난 청암정은 거북 모양의 바위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고, 그곳을 연못이 한바퀴 둘러싸고 있다. 이 연못을 건너 청암정에 이르는 작은 돌다리가 무척 운치있게 다가온다.
 








이곳 청암정에 얽힌 전설도 재미있다. 1526년 충재 선생이 청암정을 세우고는 처음에 정자에 온돌을 넣었다고 한다. 방에 불을 넣자 바위가 우는 소리를 내 기이하게 여겼는데, 이곳을 지나가던 고승이 "거북 등에 불을 떼면 되겠느냐"고 해서 온돌을 마루방으로 바꾸고 바위 주변을 파 연못을 만들어 거북에게 물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만간 고택에서 야간음악회가 열릴 모양이다. 대형 천막이 설치되어 있고 한켠에는 행사를 알리는 플랭카드도 걸려 있다. 담장 아래로는 수많은 의자가 포개져 있다. 고풍스런 모습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고택에서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을 직접 감상할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근처의 석천계곡에는 충재 선생의 아들인 권동보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세운 석천정사가 있는데 그 규모가 34칸이나 된다고 한다. 이번에는 미리 알지 못해 둘러보지 못했지만 이곳 석천정과 닭실마을, 산수유마을을 잇는 '봉화 솔숲 길'이 조성중에 있다고 하니 이 길이 완성되고 나면 여유롭게 하루정도 날을 잡아 이곳의 정취를 맘껏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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