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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빛바랜 단청과 오층전탑이 아름다웠던, 활짝 열린 사찰 송림사

by 푸른가람 201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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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뭐 볼 게 있겠어? 하는 마음이었다. 마침 팔공산 근처에서 2박 3일간의 교육이 있어 첫날 일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있는 송림사를 찾았다. 동명에서 팔공사 가는 길가에 이정표가 있어 지날 때마다 궁금한 마음은 있었지만 선뜻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 곳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다음을 기약하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송림사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는 미리 알아 보았다. 경북 칠곡군 동명면 구덕리에 위치한 송림사는 신라 진흥왕 5년인 544년에 중국 진나라에서 명관이 귀국하며 가지고 온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창건한 사찰이다. 이후 고려시대인 1092년 대각국사 의천이 중창하였으나 몽골의 침입으로 폐허가 되었다 한다. 





이후 조선시대에 두차례 중건되었으나 현재는 대웅전, 명부전, 응진전, 삼천불전 등의 당우만이 남아있어 단촐한 느낌이다.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로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각각의 전각들과 대웅전 앞에 웅장하게 서 있는 송림사 오층전탑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빛바랜 단청에서 천년의 세월을 느끼기에 충분한 고찰이다.




송림사를 직접 본 느낌은 독특했다. 주차장에서 경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별다른 문이 없다. 담장도 없다. 요사채와 우물 사이를 지나면 잔디의 푸른 빛이 온통 바닥을 채우고 있다. 잔디가 심어져 있고 아기자기한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경내는 잘 꾸며진 정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이 일주문을 세운 바닥에도 잔디가 새로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담한 대웅전 안에는 최근에 보물로 지정된 목조석가여래삼존상이 모셔져 있다. 무언가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신자들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 잠깐 기웃거려 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오래된 단청과 현판이 눈에 띈다. 필체에서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대웅전 현판은 조선조 숙종임금이 직접 썼다고 한다. 대웅전 오른편에는 명부전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 넓지 않은 경내를 한바퀴 돌고 위풍당당한 오층전탑 앞에 서자 때마침 스님이 범종을 치고 있었다. 경내 구석구석에 울려 퍼지는 종 소리에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합장한 채 탑돌이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경건함이 묻어나온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오층전탑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서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송림사 오층전탑은 9세기 통일신라시대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높이가 16.13m, 기단의 폭이 7.3m이다. 전탑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흙을 구워 만든 벽돌을 쌓아 올린 것이지만 기단은 벽돌이 아닌 화강암을 이용하였다. 보물 제189호로 지정된 이 탑 꼭대기에는 독특한 형식의 금동 머리장식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1959년에 이 탑을 해체복원하면서 원형대로 모조한 것이라 한다.






비록 모조품이라 할 지라도 통일신라시대 금동상륜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월정사에 들렀을 때 8각 9층석탑 상단부의 장식을 보고 참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송림사 오층전탑 역시 그 규모와 더불어 상단의 장식이 눈에 띈다.




짧은 시간 송림사를 잠시 둘러보고 나왔지만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사방이 확 트인 느낌이 들었다. 아담한 전각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자리잡고 있었고, 잘 가꿔진 정원과 같은 경내도 깔끔하니 마음에 들었다. 지어진 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일주문과 조금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범종각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이 역시도 세월이 지나면 송림사의 고풍스런 모습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큰 기대없이 갔던 송림사였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절같아서 반갑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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