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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2007시즌 MVP, 리오스가 아니면?

by 푸른가람 2007.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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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 일 삼국의 챔피언 결정전이 한창이다. 한국시리즈에서는 SK가 초반 2연패의 열세를 뒤집고 3연승의 신바람을 올리고 있고, 월드시리즈에서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이던 WS 초년병 콜로라도의 무한질주가 결국 강호 보스턴의 힘앞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어제부터 시작된 일본시리즈에서는 투타의 조화에서 앞선 니혼햄이 주니치에 먼저 일격을 가했다.

다들 숨가뿌게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는 틈을 타 잠시 다른쪽으로 눈을 돌려볼까 한다. 마침 오늘은 한국시리즈도 하루 쉬는 이동일이다. 오늘의 주제는 지난 24일 KBO에서 발표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와 신인왕 후보에 관한 것이다.


KBO에서는 올시즌 MVP 후보로 두산의 리오스와 삼성의 심정수, 오승환, 한화의 류현진, 기아의 이현곤 등 5명을, 신인왕 후보로 두산의 임태훈과 김현수, 현대의 조용훈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MVP 후보들의 면면을 보니 누구하나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다. 누가 MVP가 되더라도 나름의 합당한 이유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중에서도 누가 좀더 뛰어난 활약을 했느냐, 말그대로 Most Valuable Player였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해마다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MVP와 신인왕을 뽑는 투표가 왜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난 시점에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말그대로 정규시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뽑는 투표가 포스트시즌, 특히 한국시리즈의 후폭풍을 맞아야 하는가 하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포스트시즌은 나름대로 MVP를 뽑아서 상금도 두둑하게 주고 있지 않은가.

또하나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올시즌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둔 한 선수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구팬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만 하지 않은가? 주인공은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양신' 양준혁이다.


그는 올해 프로통산 최초로 2,000안타의 대기록에다 최고령으로 20-20클럽에도 세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상하위타선 가릴 것 없이 최악의 시즌을 보낸 삼성 타선에서 '독야청청' 외로운 전투를 전두지휘했다. 오히려 양준혁이 심정수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대다수 야구팬의 지적이다. 시즌 막판 타격왕 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거나, 삼성에서 너무 많은 후보가 나온다는 부담에서 KBO가 자유롭지 못했다거나 하는 이런저런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치고 오늘의 관심사인 MVP 후보들의 면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워낙에 유명한 선수들이고, 매년 MVP 후보에 명함을 내미는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다.


8년만에 20승투수의 귀환 - 리오스(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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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 방어율(KBO에서도 공식적으로 방어율 보다는 평균자책점이라는 용어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승률 등 3개부문에서 1위에 오른 리그 최강의 투수. '에이스 중의 에이스'라는 말은 리오스에게 딱 어울릴 법 하다. 언론에서는 리오스와 심정수의 2파전이 될 거라고들 하지만 사실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올시즌 성적대로라면 당연히 리오스가 MVP가 되는 게 순리다. 그래도 혹시 모를 기자들의 장난을 감안해서 80% 정도선의 유력후보 정도로 보면 될까?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 여부, 두산의 우승 여부가 또하나의 변수가 될 지도 모르겠다.

'무관의 제왕' 드디어 恨을 풀다 - 심정수(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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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 덕분에 이듬해 그는 FA 대박을 터뜨리며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승엽이 떠난 삼성의 중심을 굳건히 지켜주리라는 팬들의 기대는 말그대로 기대로 그쳐야 했다. '먹튀'니 '심봉사'니 하는 불편한 소리들이 내내 주변을 맴돌았다. 2007년 시즌에서도 부진과 반짝 활약 사이에서 널뛰기 하던 심정수는 처음 도입된 서머리그에서 참았던 울분을 폭발시키듯 맹타를 휘둘러 기나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는 가 싶더니 정작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채 '절반의 성공' 속에 올시즌을 마쳤다. 무관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그에게 홈런왕(31홈런)과 타점왕(101타점)이 선물로 주어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2년생 징크스' 그게 뭐야? - 류현진(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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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입단 첫해에 MVP와 신인왕을 동시석권한 괴물투수. 류현진이 올시즌에도 MVP 후보에 당당히 이름 석자를 올렸다. 2년 연속 15승 이상을 거두며 '2년생 징크스'로 어려움을 겪지 않겠냐는 호사가들의 입방정을 보기좋게 잠재웠다. 시즌 내내 혹사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위력적인 투구로 팀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40세이브가 최악의 시즌? - 오승환(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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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년 입단 후 오승환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이어 코나미컵, WBC 출전에 따른 피로가 누적된 탓이다.  4승4패 40세이브 평균자책 1.40 이정도의 기록을 두고 최악의 성적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하지만 과거 2년간 그가 보여준 것에 비하면 '07년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2년 연속 40세이브 이상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것이 위안거리다. 마무리투수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MVP의 유혹을 떨쳐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 MVP에 올랐던 마무리투수들은 누구랄 것 없이 혹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승환만큼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 이현곤(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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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의 타율과 153개의 안타로 타율과 최다안타 부문 1위에 오른 이현곤. 시즌 막판까지 펼쳐진 양준혁, 이대호와의 숨막히는 타격왕 다툼에서 승리, 드디어 떳떳한 1인자 자리에 올라섰다. 프로 입단때만 해도 대형 야수로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점쳤던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프로에서 그의 성장은 기대에 따라주지 못할만큼 더디기만 했다. 2007년은 그의 잠재된 기량이 만개한 시즌이었다. 팀은 비록 최하위에 쳐졌지만 이현곤의 빼어난 활약이 기아팬들의 위안거리가 된 셈이다.


2007 시즌 MVP, 리오스가 아니면?

어쨋든 MVP 후보는 정해졌고, 기자단 투표에 의해 영예의 수상자가 가려질 것이다. 기자들도 사람이고, 선호하는 구단, 선수가 있을테니 나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과거에도 팬들의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투표결과가 나온적이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성적을 놓고 봤을때 리오스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인다. 20승 투수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과 더불어 평균자책과 승률 등 탈삼진을 제외한 투수 3관왕이라면 MVP에 오를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게 아닐까? 기자들의 생각은 어떨지 31일 발표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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