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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친정팀을 울린 권혁 '빗속의 43구' - 삼성 vs 한화 3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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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이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대구에서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힘겹게 팀 승리를 지켜냈다. 권혁은 한화가 4-3, 한점차의 리드를 이어가던 8회 마운드에 올랐다. 권혁은 8, 9번 하위타자를 상대로 투아웃까지는 잘 잡아냈지만 큰 것 한방이 있는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화를 자초했다. 결국 2사 이후 구자욱의 우익선상 2루타가 터지며 양팀은 경기 막판 극적인 동점 승부에 돌입했다.


이후는 말그대로 빗속의 '혈투'였다.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지며 투수, 타자, 야수 모두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나바로의 볼넷이 권혁에게 큰 짐이 됐다면, 8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냈던 삼성 심창민 역시 9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대타 이종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투구 수도 여유가 있었고, 볼의 구위도 나쁘지 않았지만 심창민의 제구력 난조에 화들짝 놀란 삼성 덕아웃은 곧바로 안지만 카드를 뽑아 들었다. 전가의 보도 안지만은 호기롭게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권용관의 보내기 번트로 맞은 1사 2루 득점 챤스에서 예상치 못했던 강경학의 결승 3루타가 터져 나온 것이다.



순간 안지만은 고개를 숙였고, 한화 덕아웃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심창민의 볼넷 하나가 단초를 제공했다고는 하지만, 투수 교체 타이밍이 조금 빨랐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불펜진에 여유가 넘치는 삼성이기에 안지만의 조기 투입이 가능했던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패착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심창민 - 안지만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필승조에게는 뼈아픈 패배였지만, 한화의 승리를 지키는 불펜진 박정진과 권혁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특히, 권혁의 투구는 드라마틱했다. 오랜 세월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을 한화라는 새로운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든든한 마무리의 입장이 되어서 대구구장에서 만났으니 그 역시도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해가 갈수록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느끼며, 결국은 한화라는 팀으로 둥지를 옮겨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던 권혁이기에 오늘 그의 승리는 의미가 깊다.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권혁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는 정상적이지 않은 투구 조건에서 2이닝 동안 43개의 적지 않은 공을 던졌다. 팬들과 언론의 혹사 논란에는 아랑곳없이 오늘 그는 던질 수만 있다면 더 던졌을 것이다. 더 많이 던지고 싶어 한화로 갔던 권혁이기에, 그의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그의 연투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봐야 하는 팬들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록 팀 패배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삼성 채태인의 활약은 돋보였다. 오랜 부상에서 회복되어 모처럼 1군 무대에 복귀한 채태인은 팀이 1-4로 뒤지던 5회 추격의 불씨를 당긴 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5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터뜨렸고, 1루 수비도 한층 안정감을 더 했다. 채태인의 복귀로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구자욱도 멀티 히트와 호수비를 선보이며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은 한화보다 많은 안타(12)와 사사구(7)를 얻어내고도 한화에 한점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난해 11승 1무 4패라는 압도적인 승부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올 시즌은 1승 2패로 상대전적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배영수와 권혁의 한화행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올 시즌 프로야구에 어떤 폭풍을 불러올 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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