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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1985년의 영광을 회상하며 삼성의 희망을 얘기하다.

by 푸른가람 2008.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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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나락으로 치닫을 것만 같던 삼성의 행보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외국인선수 2명에 대한 퇴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노예'라는 별명으로 불려야했던 윤성환과 정현욱의 선발로테이션 합류. 이후 삼성은 믿기 힘든 5연승의 쾌속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올시즌 세번째 5연승. 과연 삼성의 연승행진은 계속 이어질 것인가? 시즌을 포기하겠다든 팬들도 내심 '그래도 4강'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도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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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인 1985년 삼성의 전후기 통합우승. 이 대기록은 그러나 삼성이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껌값조차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 기록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그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삼성의 막강전력 조차도 한국시리즈 무관의 성적표 앞에서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신세한탄일 뿐이었다.

그렇게 홀대받던 85년 통합우승이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3번의 한국시리즈 제패를 이루고 난 지금에야 제대로 대우를 받고 있는 듯 하다. 삼성이 7월19일 '85년 홈커밍데이'라는 이름으로 85년 당시 활약하던 선수들을 초대해 사인회를 열고, 선수들에게는 그 당시의 올드유니폼을 입혀 경기에 나서게 했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과 TV중계를 지켜보던 삼성의 수많은 올드팬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77승1무32패의 성적으로 전후기리그를 석권하며 한국시리즈 자체를 무산시켜 버렸단 시즌. 이때의 승률은 무려 7할6리. 요즘 SK가 무서운 기세로 선두를 내달리고 있지만 7할 승률은 그들에게도 언감생심. 힘에 부치는 수치일 뿐일 정도로 1985년의 삼성군단은 그야말로 무적, 최강이었다.

25승씩을 올리며 리그를 지배했던 우완 김시진과 좌완 김일융. 최고의 소방수 권영호. 홈런과 타점왕을 석권한 이만수. 타격왕은 영원한 3할타자 장효조의 몫이었다. 이 정도팀이라면 단일팀으로 지금의 올림픽대표를 구성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어쨌든 원년부터 골수삼성팬인 나로서는 '1985년 삼성'의 위대한 역사에 대한 재발견이 뿌듯하기만 하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85년의 우승이 우승이냐는 논란속에 V1 조차도 맘껏 쓰지 못했던 불운한 만년준우승팀의 팬의 서러움을 이제는 깨끗이 잊어도 될 듯 하기 때문이다.

 그때 그시절 프로야구판을 호령하던 역전의 용사들은 이제 앞날의 희망을 얘기하라고 한다. 외국인투수의 난조, 지키는 야구의 실종, 투타의 총체적 난조라는 2000년대 최대의 위기 속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줄기를 보라 한다. 조금 때늦은 감은 있지만 선동열감독의 자신감의 고집을 버리고, 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선수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구의 여름 무더위속에서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꿈같은 역전승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역사는 큰 흐름속에서 순환하는 법이다. 1980년대 삼성의 전성기를 지나 90년대 암울했던 시기와 리빌딩의 지난한 고난의 날들을 지나 2000년대 삼성왕조의 부활속에 달콤한 꿈을 꾸었던 팬들은 이제 2000년대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번 힘든 시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비 온 후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재해있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희망을 얘기해보고 싶다. 그 희망은 선수들의 고혈을 짜내 얻어내는 12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선물이 아니라, 삼성의 향후 몇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밑그림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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