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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언제든 다시 찾고싶은 내 마음 속 '작은 절' 청암사

by 푸른가람 201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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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에 있는 작은 절이라고 청암사를 소개했다가 아차 싶었다.  물론 수많은 말사를 거느린 조계종 본사는 아니지만 청암사 자체는 결코 규모가 작은 절이 아니다. 대웅전, 진영각, 육화료, 정법루, 극락전, 보광전 등 이름난 당우만 해도 여러 채요,입구에서부터 경내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시원스런 계곡을 낀 숲길을 한참 걸어야 한다.




왜 청암사를 떠올리면서 '작은 절'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나도 무척 궁금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절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암사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도량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당우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결코 위압스럽지가 않고 부드럽고 포근하다. 잘 정돈된 정갈한 아기자기함이 그런 착각을 불러온 게 아닐까 혼자 결론을 내려봤다.





청암사가 좋은 이유가 몇가지 있다. 지난해 봄 운명처럼 청암사를 처음 찾았을 때가 떠오른다. 대웅전과 육화료가 훤히 보이는 계곡 너머 범종각 앞에 한참을 앉아 있던 그때의 서늘하면서도 따뜻했던 느낌이 청암사를 생각하면 마치 조건반사와 같이 마음에 그려진다. 쉼없이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에 잡된 생각들이 모두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또 하나, 입구에 차를 대고 일주문에 이르는 아름다운 숲길을 빼놓을 수 없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이 시원스런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은 도중에 이르면 부드러운 흙길로 갈라진다. 사시사철 푸른 숲이 내어주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걷는 즐거움을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싶다.







청암사는 크게 두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극락전과 보광전이 있는 계곡 위쪽과 대웅전과 진영각, 육화료 등 대부분의 당우들이 몰려있는 아래쪽으로 대별할 수 있겠다. 고풍창연한 느낌의 극락전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이 정겹다. 화려하게 칠해진 단청보다 아무 것도 칠하지 않아 나무의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는 극락전의 낡은 모습이 더욱 좋다.
 






자세히 보면 못보던 것들이 보이는 가 보다. 이전에 찾았던 두번의 방문에서는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띈다. 극락전에 새겨져 있는 문양이 독특하다. 도깨비 모양이라고 해야 할 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여느 사찰에서 쉽게 보기 힘든 것임은 분명하다. 극락전도 그렇고 육화료도 마찬가지인데 청암사의 건물들은 절집이라기 보단 오래된 사대부 집처럼 느껴진다.







대웅전 앞 다층석탑의 모양도 이채롭다. 흡사 천불천탑의 절 운주사에서 만날 수 있는 탑들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층석탑의 모양과 비교해 보면 안정감이 떨어지고 뭔가 좀 위태로워 보인다. 헛된 욕망을 좇아 늘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제멋대로 생각해 본다.





청암사는 푸른 바위라는 뜻을 가졌다. 그 이름의 연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설명이 없다. 근처에 푸른 이끼가 낀 바위가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뭔가 흥미진진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인지 알 도리는 없지만 대웅전과 보광전 지붕의 기와가 특이하게 청기와로 이어진 것 또한 뭔가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매번 청암사를 찾을 때마다 해보게 된다.



이번에도 범종각 앞에 앉아 꽤 긴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동안 꽤 많은 신도들이 들어왔다 나갔고,스님들은 점심 공양을 위해 육화료를 가득 채웠다 이내 흩어졌다. 그 시간동안 계곡의 물은 쉼없이 흘렀고 바람은 불었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그 시간동안 내 마음 속 욕망들은 연기처럼 쉼없이 피어올랐다 또 사그라들기를 거듭했다. 그 속에 나는 있었고, 또한 나는 없었다.






청암사 소개 [ 출처 : 디지털김천문화대전]

청암사는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에 있는 조계종 제8교구 본사 직지사의 말사다. 청암사는 원래 지금의 면사무소 자리에 있다 6.25때 수도산에 숨어있던 공비들의 방화로 소실된 쌍계사의 산내 암자였는데 1914년에 강원으로 승격되었고 1987년에 청암사 승가대학이 설립되어 지금은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고 있다.

85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고 1647년에 전소된 것을 허정 화상이 중건하여 화엄종을 널리 선양하였다. 여러차례 화재로 소실되어 중건을 거듭했으며 1911년애 대운대사가 복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청암사는 직지사의 수사(首寺)의 위치에 있는 사찰로 승가대학과 율원이 있어 처음 출가하는 승려들이 많이 있으며 매월 첫째 일요일에 정기 법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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