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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분황사 앞 유채꽃밭에서 풍성한 가을 들판을 떠올리다

by 푸른가람 201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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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경주를 찾는 사람들이면 반월성 앞이나 보문단지 혹은 김유신 장군 묘 인근의 벚꽃을 보러 가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하지만 좀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거나 유채꽃의 샛노란 투박함이 좋다면 분황사 앞 황룡사지에 조성되어 있는 유채꽃밭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곳에도 몇 해 전부터 꽃밭이 조성되었는데 봄에는 유채꽃을, 한여름이 지나면 금계국을 심는다. 벚꽃과 어울어지는 반월성 앞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좀더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유채의 향연이 선사하는 풍경이 그곳에 못지 않다. 동양 최고(最高)의  9층 목탑을 가진 장엄하고 웅장했을 황룡사의 영화는 이제 폐사지의 땅 속에 묻혔지만 후손들은 그 위를 꽃에 취해 거닐고 있다.




이 곳에서 서서 유채꽃밭의 장관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늦가을의 누런 들판이 생각이 난다. 옛날 어른들은 가을날 누렇게 익은 나락들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들 하셨는데 이제 나이를 한참 먹은 나도 유채의 노란 빛에서 풍성한 가을의 풍요를 떠올리고 있다. 꽃밭을 뛰어 다니며 마냥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문득 봄꽃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따뜻한 봄날에 활짝 피어날 봄꽃을 기다리며 춥고 긴 겨울을 참고 견딘다.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꽃을 보며 사람들은 그저 행복함에 미소 짓는다. 그리고 언제 질까, 꽃잎이 바람에 날아갈까 전전긍긍하며 짧은 봄날을 즐긴다. 나도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인파 속으로 들어가 본다. 따뜻한 봄날 오후의 햇살처럼 슬며시 웃음 띤 얼굴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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