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 윤증고택 바로 옆에 노성향교가 자리잡고 있다. 지방의 관립 교육기관 격인 향교가 사대부 집과 함께 있는 것은 상당한 특이한 입지라 할 수 있겠다. 보통의 지방 문화재들이 그렇듯 이 노성향교 역시 도난 방지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대성전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는 해도 닫힌 공간들이 많다는 것은 어쨌거나 아쉬울 따름이다.
노성향교의 역사에 대해서는 기록이 조금 엇갈린다. 어떤 기록에서는 조선 태조 7년인 1398년에 현유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화를 목적으로 처음 세워졌다고도 하고, 다른 기록을 살펴보면 고종 15년인 1897년에 창건되었다고도 한다. 충남 문화재자료 제74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성전을 비롯해 명륜당과 동재, 서재, 삼문이 남아 있다.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건물은 아니지만 방치되지 않고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마도 인근에 있는 명재고택 덕분에 이 향교에 대한 관심의 손길도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마침 얼마전에 논산시장이 문화재 관리 대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니 노성향교도 지금보다는 열린 공간으로 변모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향교의 일반적인 구조인 전학후묘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강학 공간인 명륜당 보다 선현들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의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봐서 문묘 제향의 역할에 치중했음을 엿볼 수 있다.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 증자, 맹자, 안자, 자사 등 5성과 송나라의 2현(정이, 주희), 우리나라의 18현 등 5성 20현의 위패를 모시고 지금도 봄, 가을에 제향하고 있다고 한다.
노성향교와 명재고택 앞에는 연못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지난 겨울 매서운 추위에 연못이 꽁꽁 얼어 있었지만 봄비가 그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이 연못에도 봄기운이 물씬 풍겨날 것이다. 그때면 조금은 처량하게 느껴지던 풍경도 화사하고 생명력 넘치는 모습으로 확연히 달라져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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