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한화 6차전 - '의적'팀이라고? 실력 부족일 뿐이다

류현진을 상대로 거둔 극적인 승리 덕분에 뭔가 반전을 기대했던 팬들이 많았을텐데 결과는 뜻밖입니다. 4승 1패를 거두고 있는 배영수와 1승 2패 안승민 간 양팀 선발투수의 무게만 놓고 보자면 삼성 쪽으로 기울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하위팀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며 '의적'팀이라는 마땅찮은 별명을 얻었던 삼성으로선 전력을 쏟아 반드시 잡아야 했습니다.

믿었던 배영수가 무너진 것이 중요한 패인이긴 하지만 역시 매끄럽지 못한 야수들의 수비도 한몫 단단히 했습니다. 삼성만 만나면 힘을 내는 한화 타자들은 오늘도 선발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최형우의 투런 홈런으로 맞선 삼성에 5:2 완승을 거뒀습니다. 올시즌 삼성과의 두차례 3연전을 모두 위닝 시리즈로 가져가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팀의 수석코치였던 한대화 한화 감독이 유독 삼성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왜 한화만 만나면 삼성 선수들이 이다지도 작아지는 것인지 이상한 일입니다. 오늘 패배로 삼성은 한화와의 시즌 대결에서 2승 4패의 압도적인 열세에 놓이게 됐는데 앞으로도 한화에 '호구' 잡히지나 않을 지 걱정입니다.

그런데 좀더 찬찬히 살펴보면 유독 한화에 약한 것만도 아닙니다. 하위권 팀들인 넥센에 1승 2패, 롯데에 2승 3패로 뒤지고 있는데다 SK에도 2승 3패로 뒤지고 있습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올시즌 극악의 타격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4승 1패로 승수를 챙기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삼성의 순위는 지금보다 더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 분명합니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류중일 감독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허울좋은 '믿음의 야구'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만 최근의 이 말도 안되는 부진을 비단 감독 탓으로만 돌리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타격이야 전임 선동열 감독 재임시절부터 삼성의 아킬레스건이었고 그 문제가 감독이 바뀌었다고 해서 순식간에 바뀔 리도 만무합니다.

원래 기량 발전도 없는 선수들인데다 그나마도 부상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은니 감독으로서도 답답할 노릇입니다. 게다가 수비까지 무너지니 답이 없습니다. 그동안 삼성의 불펜야구를 지탱해왔던 밑바탕에는 삼성의 전통인 탄탄한 수비가 있었는데 이젠 그 수비가 대책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더이상 미루면 더 어려워 질 겁니다. 믿음의 야구는 이제 그만 접어두는 게 좋습니다. 믿음의 야구는 믿을 만한 선수들을 믿는 것이지 공정한 경쟁 없이 안락한 주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중간한 토박이 타자들보다도 못한 외국인 선수는 과감히 교체해야 합니다. 괜찮은 용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곤 하지만 가코만한 선수라면 널렸을 것 같네요. 심성만으로 외국인 선수를 믿고 가기엔 삼성이 처한 상황이 너무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