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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아름다운 단풍 속 오대산 옛길을 걸어보자

by 푸른가람 201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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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왠만한 산에는 단풍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단풍하면 딱 떠오르는 곳은 내장산이나 설악산, 주왕산 이 정도였는데 오대산 단풍이 이토록 아름다운 지는 이번에 처음에 알게 됐네요. 특히 얼마전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새로 조성한 오대산 옛길은 언제고 다시 걷고싶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 오대산 옛길은 월정사 일주문에서 전나무숲길을 거쳐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총 8.5km 길이로 왕복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계곡을 따라 난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그 옛날 오대산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스님들이 부처님의 향기를 쫓아 오르던 길이라 하여 '천년의 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당초 일정은 월정사에 들러 경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걸어본 후 오대산 옛길로 올라가는 코스를 생각했었는데, 마침 월정사에서 불교 관련 축제가 열린 탓인지 입구부터 수많은 차들로 가득 차 있어 월정사로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주차할 곳을 찾아 한참을 헤맨 끝에 드디어 온통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오대산의 단풍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조금 이르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들어보니 오대산 단풍이 마침 절정이라고 하더군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날을 참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상원사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좁은 길을 교행하는 차량들로 인해 산행의 시작은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습니다. 포장길이 끝나고 비포장도로로 들어서서 조금만 지나면 드디어 계곡을 따라난 본격적인 오대산 옛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마디로 그림입니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뭉게구름은 떠나고, 맑디맑은 계곡물은 마음 속까지 시원스레 자연의 소리를 들려 줍니다. 점점 색을 더해가는 계곡 옆의 단풍길은 보는 이의 마음에 큰 감동을 안겨 줍니다. 길을 걷는 이들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 나오게 만듭니다.





오대산 옛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데 중간중간 여러개의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큼지막한 돌을 물길 군데군데 놓아 만든 징검다리도 있고, 큰 나무둥치에 판자들을 이어만든 나무다리, 그리고 섶다리도 있습니다. 특히 나무다리 주변의 풍광은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습니다.





잠시 다리에 앉아 지친 몸을 쉬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의 물소리, 이름모를 산새소리를 들으며 무념무상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번잡한 세상의 걱정거리를 금새 잊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편하게 상원사까지 차로 이동한다면 이같은 호강은 평생 누릴 수 없을 겁니다.






오대산 옛길은 가을에도 아름답겠지만 사시사철 그 나름의 빛깔로 찾는 이들을 반겨줄 겁니다. 봄이면 파릇파릇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여름이면 온통 우거진 녹음이 시원스러움을 전해주겠지요.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겨울은 또 어떨까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따라 걷는 느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오대산 길을 차로 지나오며 느꼈던 아쉬움을 이번 여행에서 충분히 풀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차창을 통해 바라보던 계곡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역시 두발로 걸어보며 상쾌한 오대산 숲속의 공기를 마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요. 굳이 오대산 옛길이 아니더라도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잠시 짬을 내서 가까운 산이라도 다녀오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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