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시리즈의 완벽한 승리자 SK

2010년 한국시리즈가 예상대로 SK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프로 원년부터 삼성의 열렬한 팬이었고 사실 김성근감독식의 SK야구를 두려워 하면서도, 한편으론 경멸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기는 데에만 치중해, 프로야구에 걸맞는 재미와 감동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SK 선수들 너무나 잘 하더군요. 승부처마다 터져 나오는 적시타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출루하면 어떻게든 득점권으로 주자를 내보내는 진루타가 터져 나오더군요. 안타다 싶으면 어김없이 호수비가 나와 상대의 기를 꺾어버리는 SK 야구는 정말 적수가 없어 보입니다.

사실 미웠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빈틈없이 야구를 할 수 있는지 너무 화가 나더군요. 우리가 못해서 화가 났고, 상대적으로 SK가 너무 잘해 비교가 된 탓에 화가 났습니다. 승부를 즐기는 SK 선수들의 미소가 얄미웠습니다. 승부처에서는 잔뜩 주눅들어 있다 경기가 끝나면 아무 생각없이 해맑은 미소를 짓는 삼성 선수들이 짜증나더군요.

그런데 한국시리즈 4차전이 SK의 4:2 승리로 끝나면서 한국시리즈도 마무리됐습니다. 2005년 삼성이 두산을 상대로 4승 무패 스윕 시리즈를 이끌어낸 이후 5년만의 스윕입니만 그때보다 훨씬 더 양팀의 수준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시리즈였습니다. 그것은 양팀의 객관적 전력차가 아니라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양팀 감독, 선수들의 마음가짐에서 이미 승부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보여집니다.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SK 선수들에 비해 삼성 선수들은 야구에 대한 열정, 승부에 대한 절박함이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무엇이 그렇게 그들에게서 절실함을 앗아갔는지 알 수 없지만 야구를 즐긴다는 것과 야구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정말 밉고 미웠던 SK 선수들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야 혹독하게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거 어떤 팀 같았으면 이미 몇번이고 항명파동이 났을 법도 합니다. 그런데도 고참과 신인 선수들을 가리지 않고 그들이 일치단결해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는 것은 역시 김성근 감독의 능력이요, SK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합니다. SK 와이번스 선수 여러분.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그대들은 진정 2010년 프로야구의 챔피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최고의 경기를 야구팬들에게 선사했습니다. 멋진 경기를 보여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은퇴하는 김재현 선수의 앞날에도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기대하며 이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