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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박진만, 마지막 자존심 지키려 삼성 떠난다

by 푸른가람 201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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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의외의 소식이네요. 박진만 선수가 결국 삼성을 떠난다고 합니다. 삼성 라이온즈가 내년도 보류선수 명단에서 박진만을 제외함으로써 박진만은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이 된 것입니다. 이것은 박진만이나 삼성이나 쉽사리 결정할 수 있었던 사안은 아니라고 보여 집니다.

박진만으로서는 보장되어 있는 내년도 연봉 6억원을 포기하고서라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심산이겠지요. 박진만이 누구입니까. 김재박과 류중일, 이종범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유격수 계보를 잇는 국민 유격수였습니다. WBC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에서의 활약은 물론, 국내 프로리그에서도 소속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일등공신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천하의 박진만도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것일까요. 부상으로 시름시름 앓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저 선수가 박진만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펼치더군요. 급작스런 노쇠화가 원인이다, 동기부여가 안되다 보니 의욕을 상실한 것이다 그의 부진을 두고 팬들 사이에 말들도 많았습니다.

그라고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아직은 그가 은퇴를 생각할만큼 나이를 먹은 것도 결코 아닙니다. 그러서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굴욕적으로 끝낼 수 없었겠지요. 삼성의 유격수 자리는 어느새 새카만 후배 김상수가 꽤차고 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깜짝 등록되었을 때도 박진만의 자리는 유격수가 아닌 3루나 2루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박진만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대로 물러나기엔 아직 보여줄 것이 있다는 자신감도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한국시리즈 우승 청부사로 모셔와 극진하게 대우했던 두번째 친정 삼성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게 만든 원인이었을 겁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제 박진만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빈자리는 김상수가 든든하게 메워줄 것이라 여겼고, 이제 박진만은 서서히 2선으로 물러나 지도자 수업 준비를 하는 게 맞다고 여겼습니다만 선수들의 마음을 너무 이해하지 못한 짧은 생각이었네요.

어떤 팀으로 옮길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롯데를 제외한 6개 구단이 모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분명 박진만의 가치를 인정하는 팀이 많다는 뜻이고, 어디선가 당당히 유격수 박진만의 이름을 로스터에 올릴 수 있을 겁니다. 분명 삼성에 위협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조건없이 박진만을 위해 양보한 구단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진만은 제겐 애증이 교차하는 선수입니다. 현대 시절 그 악마같은 수비로 배영수의 한국시리즈 노히트 노런 대기록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좌절시켰던 아픈 기억과, 삼성 이적후 보여줬던 메이저리거 부럽지 않은 그림같은 수비들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겁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어느 팀으로 가든 그대의 야구 인생이 화려하게 마무리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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