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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선동열감독님, 이쯤에서 물러나 주심 안될까요?

by 푸른가람 201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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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듭니다. 최근 몇년간 삼성라이온즈 팬질하기 정말 힘들다 힘들다 했던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를 지켜보는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는 듯 합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팬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더니 정작 한국시리즈에 와서는 하품나고 긴장감 떨어지는 경기의 연속입니다.

물론 이것이 비단 감독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타자들이 하나같이 잉여짓을 하고 있으니 뭐 선동열이 아니라 천하의 김응룡감독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쉬 손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렇게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건 야구를 조금만 아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아마츄어라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겁니다.


뭔가 한번 의욕적으로 도전자의 마음을 가지고 임했다면 분명 한국시리즈 상황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분명 이길 수 있음에도 이기려 하지 않는 감독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야구장 밖에 있는 팬들도 이를 감지하고 남을 지경인데 바로 곁에 있는 선수들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장장 5년간의 삼성 감독 부임시절은 선동열에겐 영욕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김응룡감독이 구축해 놓은 탄탄한 전력에다 2004년 현대 우승의 두 주역인 박진만과 심정수까지 영입하여 최강의 멤버를 구축해 준 덕에 손쉽게 감독 첫해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손에 쥔 것이 오히려 선감독에겐 독이 된 셈입니다.


이듬해 한화마저 꺾고 삼성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2연패의 위업까지 달성한 선동열에게 남은 것은 이제 내리막으로 떨어지는 것 뿐이었고, 그에게는 그 하락세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 머물더니 감독 계약 마지막해엔 결국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대기록에 마침표를 찍기까지 합니다.

상식적으로라면 이런 감독에게 재계약이란 선물을 안겨주는 구단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명문(?) 구단 삼성은 그에게 무려 5년의 시간을 더 줍니다. 이전의 시간까지 합치면 10년입니다. 과거 어느 감독도 누려보지 못한 호사입니다. 아무리 구단 고위층과의 관계가 좋다고 한들 5년간의 기간 동안에도 제대로 이뤄놓은 게 없는 초보감독에겐 차고 넘치는 처사였습니다.

타력은 믿을 게 못된다는 근거없는 믿음의 신봉자이던 선동열감독은 결국 자신의 신념대로 팀을 재구성해 나갑니다. 구위가 좋은 선수들을 죄다 불펜진으로 몰아넣고 이른바 '지키는 야구'로 한두해 재미를 보더니 이제는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습니다. 과연 그가 자랑하던 불펜야구는 성공했습니까?


최강의 마무리라던 오승환은 2년간의 화려한 비상 끝에 끝없이 추락하고 있고, 권오준은 활약을 펼쳤던 기간보다 몇배나 긴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권혁은 포스트시즌 들어 까닭모를 부진에 시달리더니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선동열감독 재임기간 철저하게 방치되었던 삼성의 공격력은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삼성의 암흑기였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비록 마운드는 붕괴되었을 지언정 화끈한 방망이만큼은 언제든 상대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였습니다만 이제는 눈야구로 출루만 했지, 어느 누구 하나 홈으로 불러들일 능력을 가긴 타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긴 아직 쏠쏠하게 현역에서 활약해 줄 수 있는 팀내 최고의 타자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강제로 은퇴시키는 안목과 마음 씀씀이를 가진 감독에게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2010년 한국시리즈는 역대 최악의 포스트시즌 경기로 기억될 겁니다. 프로라면 야구팬들에게 이 정도로 허접한 야구를 보여줘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경기 운영을 감독이 해서는 안됩니다.

 아직 4년이나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참으로 갑갑합니다. 지금까지 삼성팬으로 버텨온 것이 스스로 대견하다 느껴질 정도인데 이짓을 계속할 자신이 없네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하지만, 절이 싫지는 않거든요.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버리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선감독님의 야구가 삼성 야구와 어울린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네요.

이쯤에서 간곡하게 여쭤 보겠습니다. "선동열감독님.  이쯤에서 스스로 물러나 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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