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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라이온즈의 심장 배영수, 삼성 떠나나

by 푸른가람 201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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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떠들썩하던 때와 비교하면 너무 조용하다. 배영수의 FA 선언과 뒤이은 일본 진출에 대한 언론 보도 얘기다. 당초 포스트시즌때 일본 프로구단의 스카우트가 배영수의 피칭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갔다는 것으로 일본 진출 가능성, 그것도 임창용이 뛰고 있는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영입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언론들이 많았다.
 
배영수 본인도 일본 진출 쪽으로 마음을 굳힌 듯한 발언을 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안정적인 선수생활 후반기를 보낼 수 있고, 어느 정도 삼성 구단의 배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돈보다는 가슴뛰는 인생을 살고싶다"고 밝힌 것이다. 다소 의외긴 하다. 삼성팬들에게 배영수라는존재가, 또한 배영수에게 삼성이라는 팀이 얼마나 각별한 존재인가를 생각한다면 그렇다.


배영수는 '에이스'의 부재라는 삼성의 해묵은 숙제를 단번에 해결해 준 슈퍼 에이스다. 그는 2004년 최강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0이닝 노히트노런의 눈부신 피칭을 하는 등 2006년까지 국내 최고의 우완투수로 자리매김하며 삼성팬들의 자존심까지 한껏 세워주었던 고마운 존재다. 새내기 감독 선동열이 2005년 두산, 2006년 한화를 상대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위업을 이룩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영수의 역할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그가 그 소중했던 인연 삼성의 품을 떠나 새로운 연인에게로 떠나려 한다. 시즌 도중 푸른피의 사나이, 영원한 삼성맨 양준혁을 타의에 의해 떠나보내야 했던 삼성팬들에게는 정말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배영수 본인의 뜻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이제 변변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박한이 정도뿐인 상황에서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던 배영수마저 삼성을 떠난다면 팬들의 아쉬움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우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2010년 스토브리그 최고의 화제로 떠오른 배영수의 FA선언과 뒤이은 일본 진출 의사 표명. 그렇다면 과연 배영수는 일본 무대에 진출해 팀 선배였던 임창용과 같은 성공신화를 써내려 갈 수 있을까?


돈보다는 가슴뛰는 삶? 문제는 돈!

배영수는 분명 말했다. 돈보다는 가슴뛰는 삶을 살고 싶다 했다. 임창용도 한국 프로리그의 마지막 몇해를 거의 퇴물 취급 당하며 지냈다.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명성도 계속된 혹사에 망가지고 남은 건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자존심 뿐이었다. 임창용에게 일본 진출은 금 가버린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였으며 그 '동기 부여'는 임창용을 한국과 일본 무대를 석권한 유일무이한 마무리 투수로 만들었다.

배영수 역시 임창용과 같은 인생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지내온 인생 역정이 비슷하다. 다들 어려울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보란 듯이 임창용은 성공을 거뒀고, 배영수 역시 야구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대다수 팬들이 부활 가능성을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 올시즌 후반기 부터 재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무대에서 한, 두 시즌을 더 뛰어보고 일본 진출을 노려봐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임창용은 사실 그 명성에 비하면 헐값에 일본으로 떠났다. 지금이야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의 반열에 오른 덕분에 그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겠지만 일본 진출 당시에는 한국 프로리그의 자존심까지 저버렸다는 애꿏은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었다. 임창용과 닮은꼴 배영수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배영수야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겠지만 오히려 문제는 돈이다.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도 물론 중요하지만 돈을 떠나 얘기할 수는 없는 문제다. 만약에 배영수를 원하는 일본 프로구단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책정해 놓은 영입 예산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 결국 배영수의 일본 진출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제2의 임창용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 프로야구의 스타들이 일본 무대를 노크했었다. 그리고 그 중에 대부분은 실패했다. 그것도 처절하고 치욕적인 실패였다. 정민태, 정민철 등 내노라하는 에이스들이 호기롭게 일본 정복을 선언했다 낯뜨거운 성적표만을 안고 돌아와야 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마저 입단 첫해의 치욕을 겪은 후 마침내 일본 무대를 호령할 수 있었지만 그 역시 선발투수는 아니었다.

임창용은 사실상 일본 무대에서 성공한 두번째 한국인 투수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의 실패사례와는 달리 임창용에게는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에 그의 성공이 더욱 놀랍고 반가운 것이다. 배영수 역시 화려했던 과거에 비해 최근 몇년간의 기록은 아쉽기 그지 없다. 서른살이라는 나이도 이제 서서히 선수생활 후반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선 부담스럽다.

결코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배영수의 몸 상태가 얼마나 회복되었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다. 직구 구속이 140km/h 후반까지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전성기때 보였던 강속구와는 거리가 멀다. 또하나 분석야구에 능한 일본야구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의문이다. 배영수는 임창용과 같은 마무리가 아니라 선발투수로서 일본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첫 사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구단의 배려와 팬들의 절대적 사랑, '온실'을 떠날 수 있나

앞서도 얘기했지만 배영수는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당당한 에이스의 모습과 동시에 저물어가는 석양과 같은 애처로움을 동시에 맛보게 해 준 라이온즈의 심장과도 같은 선수였다. 팬들에게 절대적 사랑과 신뢰를 듬뿍 받아온 그이기에 지금 삼성팬들이 느끼고 있을 상실감을 눈치채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배영수의 더 큰 무대에서 맘껏 제 기량을 펼치고 싶다는 꿈을 접어달라고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단지 배영수가 그 꿈에 닿기도 전에 날개를 접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고, 양준혁이 떠나 휑하게 느껴지는 빈자리를 배영수가 한동안은 메꿔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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