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하회마을에서 배타고 낙동강을 건너다

by 푸른가람 2010. 8. 27.
728x90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다. 이런 날에 무슨 용기로 하회마을에 가 볼 생각을 했는지 신기하다. 하회마을은 원래부터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긴 하지만 얼마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찾는 이들이 확연히 늘기는 한 것 같다. 매표소부터 하회마을까지 조성된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긴 한데 역시 날씨 때문이었는지 버스를 이용하는 이가 대부분으로 걷는 이는 많지 않았다.




낙동강을 따라 난 숲길을 걷는 기분도 괜찮다. 날이 조금 선선해지면 굳이 버스를 타는 것보다 십여분 걸어가는 게 건강에도 좋고, 낙동강의 풍광을 즐길 수도 있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시끄러운 인간 세상과는 상관없는 듯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 강물 너머 부용대가 반겨준다.



요즘은 하회마을과 부용대를 오가는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쉬 건널 수 있다. 물론 차를 이용해서 두 곳을 오갈 수도 있지만 나룻배에 앉아 강을 건너는 편이 훨씬 더 운치있다. 엄밀히 말하면 나룻배 형태를 띤 모터보트에 가깝다.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파라솔도 쳐져 있다. 한번 이용하는데 성인 기준으로 3,000원을 받았던 거 같다. 한번 요금을 내면 되돌아 올 땐 다시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



하폭이 그리 넓지 않다보니 사실 낙동강을 배로 건너는 시간은 채 몇분이 되지 않는다. 너무 짧아서 아쉽다.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강을 배로 이동하는 일은 흔한 경험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 같아서는 강 건너만 왔다 갔다 하는 단순한 코스 말고 위 아래로 십여분 정도 유람할 수 있는 코스를 새로 개발해 보면 어떨까 십다.





하회마을 건너편에는 옥연정사, 화천서원, 겸암정사와 부용대가 있다. 숨이 턱 막히는 날씨 탓에 부용대 쪽으로 오를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근처의 옥연정사와 화천서원만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도 고택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 같다. 현판에 옥연서당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전통과 유교의 도시답게 군데군데 수많은 고택이 있는 안동은 확실히 매력있는 곳이다. 특히나 한국의 전통문화와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에겐 특별한 감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고풍스런 고택 앞에 세워져 있는 고급스런 외제승용차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면서 재미있기도 하다. 담벼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땔감들을 보니 겨울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화천서원 누각에 올랐다. 병산서원처럼 강가에 세워진 것은 마찬가진데 풍광도 못하고 시원스런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다.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시원한 강바람에 땀을 식히던 생각을 하며 더위를 참고 왔는데 기대와는 달랐다. 왔던 길을 되돌려 옥연정사에서 오지 않는 배를 한참이나 기다린 끝에 하회마을에 돌아올 수 있었다.






강둑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며 낙동강변 부용대를 바라보는 여행객의 모습이 정겹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 두사람은 마음속에 각자 행복한 추억을 또하나 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역시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 더 즐거울 수 있는 것 같다. 하회마을은 낮에 가지 마라고 했다지만 한낮이면 어떻고 한밤중이면 어떨까.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은 그 어디라도 즐거울 수 있는 법이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