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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구름과 안개를 마시던 하늘기둥이 있던 천주산 북장사

by 푸른가람 2010.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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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상주에는 북장사라는 절도 있다. 물론 남장사가 훨씬 더 크고 유명하긴 하지만 북장사도 그에 못지 않은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남아 있는 건물이 몇채 되질 않아 느낌이 좀 황량하고 쓸쓸했다. 물론 계절 탓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것은 산사에서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과는 차이가 있는 느낌이었다.




북장사는 상주시 내서면 북장리 천주산에 자리잡고 있으며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이다. 남장사에서 북쪽 방향으로 조금만 달리다 보면 작은 마을을 지나 북장사를 만날 수 있다. 진입로에 세워진 큰 일주문은 규모는 웅장하지만 고풍스러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신라 흥덕왕 8년(833년)에 진감국사 혜소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년이 훨씬 넘은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전란과 화재를 겪으며 중건을 거듭해 왔다. 한때는 수많은 암자를 거느리며 많은 승려들이 수행하던 큰 사찰이었지만 지금은 극락보전과 명부전, 산신각, 요사채 등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찰의 규모는 비록 작고, 전체적으로 휑한 분위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이름난 문화재도 있다. 보물 제 1,287호로 지정된 북장사 영산회상도가 그것인데 높이 13m, 높이 8m에 달하는 이 괘불은 석가모니 부처가 영축산에서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담고 있는데, 기우제를 지낼 때만 사용한다고 한다.



직접 이 괘불을 보진 못했지만 괘불에 관련된 재미있는 설화가 있어 소개해 본다. 당나라에서 건너 온 승려가 사흘간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도 부탁한 후 문을 걸어 잠그고 괘불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호기심 많은 스님 한분이 그만 참지 못하고 엿보았다 한다. 문틈 사이로 들여다보니 괘불을 그린다던 스님은 보이지 않고 파랑새 한마리만이 그림 위 아래를 날아다니다가 누군가 엿보고 있음을 눈치채고는 그대로 날아가버려 그림은 미완성된 상태로 남았다는 얘기다.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이런 얘기들이 요즘은 각광받는 시대기도 하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문화재나 유적지에 이러한 설화들이 곁들어지면 더욱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음은 당연하다. 다음에 혹시 북장사를 들러 영산회상도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분명 이 이야기를 떠올려 보게 될 것 같다. 어떤 것이든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인 것 같다.




북장사가 자리잡고 있는 천주산의 이름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 산 위에 수미굴이 있는데 이 굴 가운데에 마치 하늘을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의 아래가 좁고 위는 넓은 돌기둥이 있었다. 이 돌기둥은 가끔 입을 벌려 구름과 안개를 마시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 기둥을 하늘기둥이라 불렀고 그래서 이 산 이름이 천주산(天柱山)이 되었다는 것이다.




늦겨울에 찾았던 북장사는 분명 기대보단 많이 부족했던 모습이었다. 이렇게 북장사의 유래와 전설을 하나둘씩 알아가면서 다시 찾게 되면 북장사에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구름과 안개가 가득한 날이 좋을 것 같다. 천주산에서 커다란 하늘기둥의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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