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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 문학의 고향 영양 주실마을

by 푸른가람 2010.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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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향(文鄕)답게 영양에는 이문열의 고향인 두들마을과 조지훈의 생가가 있는 주실마을이 있다. 두들마을에는 이문열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광산문학연구소가 있고, 전통 한옥에서 고택체험도 할 수 있는 데 반해 주실마을에는 이렇다할 기반시설이 없어 찾는 이가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지훈 문학관과 지훈 시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매년 5월이면 이곳에서 지훈예술제가 열리긴 하지만 축제기간이나 여름 휴가철이 아닌 평상시에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특징적인 무언가가 필요해 보인다. 알고 보면 주실마을도 여러 고택들이 남아 있고 조지훈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조각작품으로 조성해 놓는 등 여러 볼거리가 있다.




또한 주실마을 앞의 주실마을숲은 지난 2008년 제 9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생명상(대상)을 받은 곳이라 숲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요즘 길걷기가 새로운 유행이 되고 있는 데 영양에는 주실마을 숲 외에도 대티골 숲길이라는 훌륭한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가꿔 나가기에 따라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을 능가하는 또다른 명소로 각광받게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한양 조씨의 집성촌인 주실마을은 현재 60여가구가 남아 마을을 이루고 있다 한다. 주실마을에는 호은종택, 옥천종택, 창주정사, 월록서당, 침청전, 만곡정사 등의 고택들이 자리잡고 있다. 1,600년대에 호은 공이 이 곳에 터를 잡을 때 매방산에 올라가 매를 날려 매가 앉은 곳에 집터를 잡았는데 마침 매가 앉은 곳이 늪이라서 늪을 메워 그 위에 집을 지었다 한다.



늪을 메워 절을 짓는 경우는 있지만 일반인이 늪 자리에 집을 짓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 한다. 그만큼 이 주실마을 자리가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은 명당자리라는 얘기일 것이다. 호은종택 대문에서 정면쪽을 바라보면 삼각형 모양의 작은 산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문필봉이다. 문필봉을 바라보는 집안에는 공부 잘하는 학자가 배출된다는 풍수설이 있었는데 조지훈과 같은 대문호를 배출한 것을 보면 헛된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을의 여러 고택들을 돌아보고 산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조지훈 시공원이 나온다. 들어가는 입구 길 옆에 조지훈의 작품들이 돌에 씌어져 있고, 공원 안에 들어서면 봉황수, 낙화, 파초우, 승무 등 대표작품을 형상화한 조각상들과 함께 조지훈의 시를 감상할 수 있다.






평일 여름날 오후라 찾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늘에 자리를 잡고 한가로이 김치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대접씩을 들이키는 농부들의 모습이 정겹다. 여유롭게 고택과 조지훈의 시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이런 전통마을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현대식 건축물이 눈에 띈다. 알고보니 교회 건물이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견고하게 쌓인 요새와도 같은 느낌이 들어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어떻게, 왜 이런 건물이 바로 이 자리에 들어서 있는지 의문이다.




마을앞 국도에서 주실마을 전체를 조망해 봤다. 나지막한 산을 배경삼아 자리잡고 있는 주실마을의 모습이 무척 평화롭고 안락하게 느껴진다. 경북도에서 예산을 투입해 이곳 주실마을을 관광자원화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지훈의 문학세계를 이해하고, 주실마을과 숲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주실마을이 가지고 있던 본연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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