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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희노애락의 감정이 뒤섞여 있는 듯한 남장사 석장승

by 푸른가람 201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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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이 남장사를 세번째 찾은 날이었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번이 더 있었던 것 같다. 바로 문앞까지 왔다가 절 안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바로 돌아갔던 날이 올 봄에 있었더랬다. 고향에 있는 절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찾기에 적당한 곳이 바로 남장사인 것 같다.





2007년 여름이었던가. 남장사를 처음 들렀을 때 기억에 남는 두가지 이미지가 있다. 보광전 앞에 심겨져 있는 이파리가 넓고 키가 큰 열대식물의 이국적인 모습과 극락보전 앞을 가득 채워주던 파릇파릇한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나 극락보전 앞에 이르는 통로 양옆의 잔디는 정성스럽게 잘 가꿔져 있어 남장사의 품위를 살려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올해 3월에 찾았을 때는 아직 계절이 계절인만큼 잔디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그러려니 했는데 한여름이 되었는데도 3년전의 느낌은 결코 아니었다. 군데군데 파여지고 잘려나간 곳이 너무 많았다. 그 세월동안 버려지고 방치된 것이었을까. 그 풍성한, 절을 가득 채워주는 듯한 푸른 느낌에 이끌려 남장사를 찾았던 것이라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남장사를 찾는 분들이 잊지말고 챙겨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남장사 들어오는 길가에 세워져 있는 석장승이 바로 그것이다. 장승이라 하면 보통은 나무로 많이들 만들어서 마을 입구에 세워두곤 하는데 돌로 만든 장승은 좀 색다르긴 하다. 재료 자체도 그렇지만 석장승의 표정 또한 무척 독특하다.



그 표정을 똑같이 따라 해보려고 해봐도 도무지 되지가 않는다. 이 표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웃는 것도 아니요, 우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찡그린 것 같기도 하고 요묘한 희노애락의 감정이 순간적으로 겹쳐져 보이기도 한다. 이 석장승은 1982년 2월 24일에 경상북도민속자료 제33호로 지정되었는데 원래는 남장사 일주문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저수지 수몰로 인해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한다.







석장승에는 '下元大將軍 壬辰年九月 立' 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임진년이 정확히 몇년인지 알 수는 없으나 조선 후기로 추정하고 있다. 머리 윗부분이 약간 훼손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하원대장군으로 씌어전 것으로 미루어 여신상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하는데 여성의 얼굴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남장사를 가게 되면 이 석장승 표정을 한번 똑같이 따라해 보시길 권해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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