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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2010년 프로야구 올스타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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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잔치인 올스타전이 13년만에 대구에서 열렸습니다. 동군과 서군으로 불리던 이름은 언제부터인지 일본2군풍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스턴과 웨스턴으로 갈렸네요. 애시당초 지역 구분으로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았는데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여기에 대한 KBO의 개선의지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쨌든 경기는 넥센에서 롯데로 둥지를 옮긴 황재균의 끝내기 안타로 이스턴이 웨스턴에 9:8 한점차 승리를 거뒀습니다. 최근 몇년 동안의 상대전적에서도 이스턴이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었고 올시즌 1위부터 4위까지가 포진한 팀이다보니 경기 전부터도 이스턴이 손쉬운 승리를 거두지 않을까 하는 예상들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좀 다르더군요.


어차피 올스타전이 사생결단의 의지로 달려드는 포스트시즌 경기가 아니다보니 선수들이나 팬들도 부담없이 편히 즐길 수 있이 경기를 운영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은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두고 팬들의 불만이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류현진과 김광현, 리그를 대표하는 두 에이스들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니만큼 팬들의 기대가 컸던 게 사실입니다만 김광현은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6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고, 류현진도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평범한' 투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후반기 등판일정도 있을테고 어차피 올스타전에 올인할 필요는 없다고는 하지만 푹푹찌는 엄청난 무더위속에 야구장을 찾아준 팬들에겐 아쉬움이 드는 부분입니다.

대구팬들에겐 어차피 연고구단인 삼성 소속 선수들이 단 한명도 올스타 팬투표 베스트10에 선정되지 못했으니만큼 경기 결과엔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그보다는 20여년만에 다시 배터리를 이룬 넥센 김시진감독과 SK 2군 이만수감독, 그리고 영원한 3할타자 장효조를 위시한 삼성의 레젠드를 한자리에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뜻깊을 것 같습니다.


삼성의 레전드 10인에는 투수 김시진, 포수 이만수, 1루수 김성래, 2루수 강기웅, 3루수 김용국, 유격수 류중일, 좌익수 장효조, 중견수 장태수, 우익수 이종두, 지명타자 박승호가 각각 선정됐습니다. 정말 선수들의 면면만 봐도 과거 삼성의 화려했던 전력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 삼성 같은 경우 이 비슷한 레벨의 올드스타팀을 몇팀은 더 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좀 더 흐른다면 저 명단에 이승엽, 양준혁, 김한수 등의 이름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그래도 야구현장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현대와의 트레이드를 거부하고 은퇴했던 강기웅선수를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여전히 제게 있어서 우리나라 최고의 키스톤콤비는 강기웅-류중일이니까요.


또하나 양준혁의 홈런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애시당초 올스타 게임 출전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있었는데 말이죠. SK 박정권선수의 부상 탓에 대신 올스타게임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린 양준혁은 3:8로 패색이 짙었던 7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금민철을 상대로 추격에 불을 당기는 3점홈런을 날리며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아직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팬들에게 보여줘서 참 고맙기도 하지만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벤치신세를 져야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 집니다.

2010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서도 갖가지 화제를 풍성하게 남기며 막을 내렸습니다만 여전히 많은 과제를 다시금 확인시켜 줬습니다. 올스타게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고 비좁은 대구구장을 비롯한 지방구장의 신축문제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시즌 한가운데 열리는 올스타전의 위상에 대해서도 좀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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