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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이십여년만에 다시 찾은 추억의 수학여행지 강릉 오죽헌

by 푸른가람 201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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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하다보니 이번 여행은 추억의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된 셈이다. 낙산사도 그렇고 이번에 포스팅하게 될 강릉 오죽헌도 1988년 수학여행지의 한 곳이었다.  '오죽헌'이란 이름이 까마귀처럼 검은 빛을 띤 대나무가 많은 집이란 뜻이라는 설명과 그 까만 대나무만 기억에 남아 있었기에 마치 모든 것이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오죽헌은 강원도 강릉시 죽헌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경포대로부터 그리 멀지 않아 한꺼번에 둘러보기에 시간적으로 큰 무리가 없없다. 조선시대의 빼어난 여류문예가이자 현모양처의 표상인 신사임당과, 신사임당의 아들이자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난 생가로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다.





입구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오죽헌에 이르는 길에 당당히 서 있는 율곡 동상의 기상이 위엄차다. 見利思義(견리사의, 이로움을 보면 의로운 가를 생각하라) 라는 글귀가 함께 새겨져 있다. 조금 더 걸어가다보면 드디어 오죽헌으로 들어서는 문이 나온다. 정면에 문성사가 보이고 왼쪽 편으로 소박한 모습의 오죽헌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학문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막히고 소견이 어두워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없다. 학문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뜻을 세워 성인이 되리라는 마음으로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말며 꾸준히 정진할 것이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마땅히 화평하고 공경하기를 힘써야 하며 친구를 사귀는 데는 반드시 학문을 좋아하고 착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골라서 사귀어야 한다"



율곡 선생이 지은 격몽요결에 나오는 명언들이 오죽헌 입구에 서서 관람객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잠시 글귀들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반성해 보게 된다. 언제나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었지 정작 실천 못한게 많은데 뜻을 세워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말고 꾸준히 정진해 봐야겠다.



오죽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까만 대나무가 문성사 옆 담벼락을 따라 서 있다. 울진에 있을 때도 자연상태의 오죽을 본 적이 있는데 오죽헌의 오죽처럼 크고 단단한 것은 쉬 보기 힘든 것 같다. 마치 검은색 물감이나 페인트로 칠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제각으로 가는 담벼락 뒤에도 풍성한 까만 대나무 숲이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시대 문신이었던 최치운이 중종때 지은 건물로 알려져 있으며 1963년 1월 21일에 보물 제165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주택 건축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이 건물은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고 하는데 아무리 설명을 봐도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문외한에게는 그저 마이동풍이리라.






정오를 향해 가는 시각. 여름햇살은 점점 따가와지지만 나는 율곡의 가르침을 마음에 담고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강릉에 왔으니 정동진 바닷가는 한번 봐주고 가는 게 예의일 것 같다.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에 분에 넘치는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 아닌가 싶다. 해변을 따라가다보면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의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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