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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편히 쉬기엔 너무 유명해져 버린 휴휴암

by 푸른가람 201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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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또 쉬라는 고마운 이름을 지닌 암자가 동해안 바닷가에 있다. 이름하여 휴휴암(休休庵). 암자라고 하기엔 제법 규모가 큰 사찰급이다. 불자들과 관광객을 태운 대형 관광버스가 입구 주차장에 가득이다. 뭔가 조용한 바닷가의 소박한 암자를 기대하고 이곳을 찾았다면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스러울 법도 하다.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니라고 한다. 이 암자가 만들어진 것이 불과 십년이 안되는데 원래는 말 그대로 작은 암자만 하나 있는 정도였었다. 그러다가 바닷가에 누워 있는 부처님 형상의 바위가 발견되면서 부터 전국 각지로부터 불자들이 찾는 명소 혹은 성지가 되어 많은 전각과 불상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찾는 이가 많아지면 당연히 시주가 많이 들어오게 될 것이고, 당연히 그 절은 화려해지게 마련인 가 보다.




양양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7번 국도에 바로 붙어 있는 휴휴암은 차로 암자 바로 앞까지 다다를 수 있다. 물론 대형버스는 입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조금 걸어 올라가면 휴휴암을 만날 수 있다. 불이문을 들어서면 이 암자의 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묘적전을 만나게 된다. 그 오른편 바닷가로 내려가는 쪽에 비룡관음전이 자리잡고 있고 바닷가로 조금 내려가면 넓적한 연꽃 모양의 연화대에서 기도를 올릴 수 있다.




묘적전 맞은 편에는 거대한 관세음보살상이 바다를 등지고 서 있다. 올해 5월에 점안식을 거행했다고 한다. 관세음보살이 왼손에 들고 있는 노란색 물건이 책이라고 한다.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학문과 지혜가 부족한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는 지혜관세음보살이라니 나도 기도를 한번 해볼걸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관세음보살 왼쪽에는 범종루가 위치해 있는데 범종의 누런 빛으로 휘황찬란하다. 표면에 금을 입힌 것인지 일반적인 사찰의 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금을 입히든 은을 입히든 무슨 상관이랴마는 왠지 까닭모를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발길을 바닷가 쪽으로 돌려 연화대로 향해 본다. 암자 바로 아래는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민박집과 이 분들이 타고 바다로 나가는 배도 한척 묶여 있어서 이채로움을 띤다.







묘적암 계단 아래에는 포대화상과 동자승들의 불상이 서 있다. 유난히 포대화상의 가슴과 배 부분이 맨질맨질한데, 아마도 이 부분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인 것 같다. 뭍 사람들이 손때를 묻히건 말건 그저 넉넉한 웃음으로 바라봐주는 포대화상의 미소가 역시 해탈의 경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름처럼 편안하게 쉬기에는 휴휴암이 너무 유명해져 버린 것 같다. 휴휴암은 10년 전에 홍법스님이라는 분이 세웠다고 하는데 몇년이 지나 어느날 아침 눈부신 일출이 비치는 절벽 쪽을 바라보다 관세음보살을 닮은 바위와 그 곳을 보고 절하는 거북이 형태의 바위를 발견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갑작스레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고 한다. 수행정진을 위해 세운 것이 작은 암자라고 한다면 지금 모습이 과연 초심에 적합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휴휴암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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