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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선동열 감독이 뭐길래

by 푸른가람 201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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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감독이 삼성 구단과 재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직감독이 구단과 재계약하는 것은 삼성구단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삼성라이온즈의 감독자리가 어떤 곳이었던가. 감독의 무덤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악명을 떨쳤던 곳이다. 전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재계약 합의 소식을 언론에 공개한 삼성구단의 발빠른 행보가 다소 의아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선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삼성 잔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구단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2005년 감독에 부임하자마자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재패한데다, 단 한번도 4강 밑으로 떨어진 적었던 치적을 삼성 구단에서 인정해 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선동열감독 스스로 말했듯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선동열감독의 가치는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투수였으며, 지도자 생활 역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그가 일본에서의 선수생활과 KBO 홍보위원직을 마치고 프로야구판에 뛰어들었을 당시 지도자 '선동열'을 놓고 각팀들이 벌였던 치열한 영입경쟁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고향 광주를 버리고 산설고 물 선 대구땅에 정착하게 된 것은 김응룡감독의 영향이 컸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몇수 앞을 염두에 둔 삼성의 노련한 인재전략과도 맞물려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선동열감독의 삼성행으로 몇몇 구단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부랴부랴 대체 감독감을 찾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 여기까지가 2009.7.21일(20:53) 작성중이던 글입니다. 삭제하려던 글이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1년만에 다시 이어가게 됐네요.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은 대체 선동열감독이 뭐길래 이렇게 프로야구판 전체가 난리법석을 떨까 하는 것이다. 물론 선수시설 백년에 한번 나는 대투수라는 소리를 들었고, 감독 데뷔 첫해 우승에 이어 그 다음해까지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응룡감독이 구축해놓은 최강전력의 후광이 사라지고 난 이후 3년간 보여준 그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보잘 것 없어 보인다.


2007, 2008년 연속으로 치열한 중위권 싸움 끝에 겨우 4강에 턱걸이 하더니, 2009년에는 드디어 13년만의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크나큰 실패를 맛보게 됐다. 정작 선동열감독 본인은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을 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삼성팬들에게 그것은 엄청난 충격과 굴욕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전들의 잇딴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하위권으로 밀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얘기도 통하지 않는다. 감독 생활 한두해 한 초보감독도 아니고 벌써 6년차 중견감독인데도 경기 운영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주위의 충고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다. 감독 데뷔하자마자 한국시리즈를 2연패 한 것이 오히려 선감독의 감독생활에 큰 독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만과 독선으로 똘똘 뭉쳐 있는 그에게 더이상 변화와 발전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더 힘든 것은 이제 겨우 재계약 5년 임기 가운데 첫해를 보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앞으로도 4년 반동안 이런 모습을 반복하는 선동열감독과, 그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그저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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