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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롯데 5차전 리뷰 - 더위 먹은 삼성, 3연패 늪에 빠지다

by 푸른가람 2010.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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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훌쩍 넘긴 대구의 무더위에 헤맨 것은 원정팀 롯데가 아니라 홈팀 삼성이었습니다. 이재곤이라는 다소 생소한 투수가 선발로 나선 롯데 보다는 이우선이 우위에 있을 거라는 믿음은 초반에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사직중과 경남고를 거쳐 '07년 롯데에 지명된 이재곤은 지난해까지는 1군 기록이 전무한 무명선수였습니다. 지난 5월 29일 SK와의 경기에 첫 선발등판해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잠수함 투수의 기대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경기 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13과 2/3이닝을 투구해 2.63의 평균자책을 기록중이었는데 언더핸드인 이재곤에 대비한 선동열감독의 깜짝 타순(1번부터 6번까지 모두 좌타자를 배치)과 상대해 7피안타 3실점으로 5이닝을 꿋꿋하게 버텨내 생애 첫 승리를 기록하는 기쁨을 맛봤습니다. 이재곤에는 오늘이 달구벌의 잘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습니다.


경기 초반은 삼성의 페이스가 좋았습니다. 3회말 진갑용, 박진만, 이영욱의 연속 안타와 박한이의 희생타로 가볍게 3점을 선취득점한 삼성으로선 추가 득점 실패가 결국 발목을 잡은 꼴이 됐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의 속내를 알 순 없겠지만, 사실 오늘 매치업은 롯데가 버리는 카드로 밖에 볼 수 없었는데, 결국 초반에 삼성이 이재곤을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 패전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물론 지적할 게 한두가지가 아닐 정도로 오늘 경기는 한마디로 삼성의 '졸전'이었습니다.

우선 이우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시즌 9경기에서 11과 2/3이닝을 소화하며 0점대의 평균자책(0.77)을 기록하며 팀이 어려운 시기에 힘을 보탰던 이우선은 모처럼 잡은 선발 승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습니다. 타자들이 모처럼 석점이나 선취득점하며 어깨를 가볍게 해줬지만 결국 부진한 투구 탓에 자신의 선발 승도 날려 버리고, 필승 불펜진도 소모시켜 내일, 모레 경기 운영에게까지 부담을 준 셈입니다.

안지만의 부진도 눈에 띄네요. 5회 이우선을 구원해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안지만은 1과 1/3이닝동안 2안타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는데요. 물론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과 불운이 이어진 탓도 있지만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면도 있었습니다. 최근 경기를 보면 전반적인 구위 저하도 있겠지만 체력적 부담으로 인해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대로 가다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최종 22인 로스터에 포함될 수 있을 지 우려스럽네요.


타자들의 부진이야 싸이클이 있으니 언젠간 회복될 거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만, 야수들의 실책은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신인급 선수에서 베테랑까지 무슨 돌림병 처럼 실책이 번지네요. 선동열감독이 금과옥조처럼 소중히 여기는 불펜야구를 펼치려면 기본적인 것이 바로 안정된 수비입니다. 수비가 무너지면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가 없지요. 지난해까지 8개구단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으로 내세웠던 삼성에 지난 스프링캠프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정말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양현종에게 완봉패로 무너진 이후 벌써 3연패입니다. 지난주 5승1패의 상승세를 타며 2위자리를 너머 선두권까지 노려봤던 삼성은 어느새 4위 KIA에 한경기 차로 쫓기는 급박한 처지에 내몰렸습니다. KIA전에 내리 패했던 원인이 무기력한 타선에 있었다면, 오늘 경기는 올시즌 들어 불거지기 시작한 수비 불안까지 겹쳐졌습니다.

자칫 이번 연패가 장기화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일 경기 선발로 양팀은 좌완 에이스 장원삼(5승 2패 평균자책 3.46)과 장원준(5승 4패 평균자책 4.93)을 예고했습니다. 장원삼의 어깨가 무겁겠네요. 최근 페이스가 좋은 장원삼이니 연패 탈출의 선봉장이 되어주리라 기대해 봅니다. 올시즌 장원삼은 롯데를 상대로 1승을 거두고 있고, 평균자책도 1.50으로 아주 좋습니다. 장원준 역시 삼성전에 1승(평균자책 2.57)을 기록하고 있어 만만찮은 투수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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