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IA 8차전 리뷰 - 팀 패배로 빛바랜 양준혁의 대기록

by 푸른가람 2010. 6. 3.
728x90
흔히들 타격은 믿을 게 못된다고 얘기하지요.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삼성 타선이 이틀 연속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야 생애 첫 완봉승을 기록한 양현종의 구위가 워낙 난공불락 수준이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오늘 경기에서도 중요한 고비에서 매번 답답한 모습입니다. 그 흔한 번트작전도 안하고 강공으로 밀어붙인 선동열감독이 머쓱하게 됐습니다.

KIA와의 주중 3연전을 앞두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두산과 공동2위에 올라서며 내심 선두권까지 노려볼 계산이었는데, 양현종에게 완봉패를 당한 7차전 이후 타격 페이스가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심타자의 부진이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한명이 부진하면 다른 한명이 그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활약을 해줬었던 채태인과 최형우마저 동반 슬럼프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한점 뽑기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사실 오늘 경기의 워스트 플레이어는 뭐니뭐니 해도 신명철일 겁니다. 공격에서는 5타수 무안타의 빈타에 삼진을 세번이나 당했고, 6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는 어이없는 홈송구 에러로 결승점을 헌납해 정현욱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결과론이지만 어차피 체공시간이 큰 상황이라 더블 플레이가 어려웠다면 재빨리 홈송구로 실점을 막아내는게 현명한 판단이었는데, 그 순간의 망설임이 결국 4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베테랑답지 않은 아쉬운 플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신명철의 결정적 실수로 비난의 화살을 조금 덜 맞을 수 있게 됐지만 정현욱의 투구도 많이 아쉽습니다. 신명철의 실책 탓에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수도 있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정현욱 정도라면 다음 타자 홍재호에게 그리 쉽게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해서는 아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홍재호는 데뷔후 겨우 네번째 타석에서 그야말로 큰 사고를 한번 쳤네요. 삼성에서 오정복이라는 깜짝 스타가 등장하더니 이번에는 KIA 차례인가요.

윤성환은 5이닝동안 6안타 2볼넷으로 3실점을 허용하며 6회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정현욱이 무너진 탓에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 썼습니다. 불펜으로 선발로 복귀한 지 두번째 등판이었던 거 같은데 여전히 작년의 구위를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초반에 대량실점하며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지난해 다승왕의 위엄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팀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양준혁의 최다경기 출전 신기록(2,112경기)도 빼놓을 순 없는 대기록입니다. 이런 날 양준혁의 활약으로 삼성이 시원스럽게 한경기 이겨주면 그 의미가 배가 되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선발출장 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이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출전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양준혁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부디 앞으로도 오래오래 그라운드에서 현역으로 뛰고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되길 기원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