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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롯데 vs 삼성 9차전 리뷰 - 선동열감독의 실책에 울고 웃다

by 푸른가람 2010.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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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의 재판이었다. 전날 경기 막판 어이없는 실책으로 다 잡았던 경기를 내줬던 롯데는 오늘도 실책에 울었다. 중반까지만 해도 완벽한 롯데의 페이스였다. 삼성 선발 이우선을 3회에 강판시키며 6:1까지 점수차를 벌렸지만 야금야금 점수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하더니 결국 8회 2사후 박기혁의 실책이 빌미가 돼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박기혁의 실책과 뒤이은 2루 도루와 적시타  허용. 박기혁이 역적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긴 했지만 따져보면 이우선을 이어 두번째 투수로 등판했던 배영수 공략에 실패한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시즌 초반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할 것처럼 보이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며 결국 패전처리로 내몰린 배영수의 역투가 눈부셨다. 이효봉 해설위원의 말처럼 오늘처럼만 던져 준다면 부실한 삼성 선발진을 또다시 비집고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롯데 선발 이재곤이 아쉽게 됐다. 오늘 경기에서까지 삼성을 잡았다면 확실한 맞춤형 삼성 킬러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데, 로이스터 감독이 길게 끌고 간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어제 경기에서 불펜이 무너지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로이스터 감독으로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팀이나 선수에게나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롯데는 홍성흔이 3안타, 이대호이 3안타(2홈런) 4타점, 박종윤이 3안타(1홈런) 2타점씩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지만, 이우선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나서는 방망이가 금새 식어버린 것이 아쉬웠다. 배영수, 권혁, 권오준, 정현욱으로 이어진 불펜진을 공략하기에는 창끝이 많이 무뎌진 느낌이다.

선동열감독은 9회말 호투하던 권오준을 내리고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리는 이해하기 힘든 투수운영을 했다. 어쨌거나 마무리는 오승환이라는 얘긴데, 오승환에 대한 믿음과 애정도 좋지만 팀 승리가 우선 아닌가. 이대호에게 약한 면을 보였던 오승환이었는데 무리하게 한가운데 직구 승부를 하다 이대호에게 2사후 큼지막한 동점홈런을 허용했다. 결국 선동열의 무모한 실험은 또한번 실패로 끝났다.


9회초 쐐기 득점 챤스에서도 2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격감이 좋던 조영훈 대신 손가락 부상으로 제대로 타격하기도 어려운 박석민을 대타로 내세웠던 장면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다 잡았던 경기를 순식간에 놓친 건 순전히 감독의 어리석은 경기 운영 탓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실책은 수비수들만 하는 게 아니다. 벤치의 실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승패를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선동열감독 벌써 무더위에 지친 것일까?  어쨌거나 운 하나는 타고 난 것 같아 부럽기는 하다.

로이스터 감독도 만만찮았다. 삼성이 10회초 1사 3루의 챤스를 맞자 로이스터 감독은 스퀴즈를 의식해 연속으로 피치아웃 지시를 내렸다.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좋았을텐데 결국 피해가다 더 큰 위기를 자초한 꼴이다. 양팀 모두 감독의 실책으로 힘든 경기를 한 셈이다. 결국은 삼성이 연장 끝에 오정복의 쐐기 쓰리런홈런 등으로 11:7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긴 팀이나 진 팀이나 뒷맛이 깔끔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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