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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IA 9차전 리뷰 - 천적 구톰슨을 넘어서다

by 푸른가람 2009.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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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의 9차전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KIA 구톰슨은 자신이 넘치고 있었다. 올시즌 삼성전 2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2승을 거둔 그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시즌 7승 가운데 삼성전에서 2승을 따낸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경기 내용에 있다.

구톰슨의 삼성전 성적은 훌륭했다. 2경기에서 13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실점은 단 1점에 그쳤다. 평균자책점 0.69의 짠물투구였다. 8개의 피안타에 비해 7개의 사사구를 허용해 WHIP가 1.15로 조금 높은 것이 흠이라면 흠일 뿐,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을 정도였다.

구톰슨의 대항마로 삼성이 내세운 투수는 차우찬이었다. 차우찬의 KIA전 기록도 구톰슨에 못지 않았다. 시즌 4경기(선발등판 2경기)에서 역시 13이닝을 던져 3실점(2자책)해 1.38의 평균자책점, WHIP 1.15를 기록하고 있었다. 평균자책점은 구톰슨에 뒤지지만 9이닝당 탈삼진갯수는 9.69개로 4.85개의 구톰슨을 오히려 앞섰다.

팽팽한 투수전 혹은 구톰슨의 노련한 피칭에 말려 삼성에 불리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던 경기전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아니, KIA의 1회초 공격때까지는 유효했다. KIA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이종범이 차우찬을 상대로 좌월 솔로홈런(시즌 2호)을 터뜨리며 기분좋게 출발했지만, 초반에 흔들리던 차우찬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1회말 1사후 최형우의 동점홈런으로 정신을 차린 차우찬은 5회 이종범에게 또한번 동점 희생타를 허용하며 2실점하긴 했지만 박석민의 쓰리런 홈런으로 팀이 5:2로 앞서던 6회초까지 팀의 리드를 지켰다. 최고구속 140km대 중반을 넘나드는 빠른공을 앞세워 위기상황을 넘기며 드디어 시즌 5승(4패)째를 기록하게 됐다.

삼성 덕아웃에서는 6회초 차우찬이 선두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렸으나, 정현욱은 김상현에게 큼지막한 2점짜리 장외홈런을 허용하며 벤치의 기대를 저버렸다. KIA의 추격이 턱밑까지 치고올라오자 권혁 - 오승환 필승계투진이 가동됐고, 그것으로 경기는 끝이었다.

8회 2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내야땅볼때 1루 백업이 늦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지만 위력을 되찾은 돌직구를 앞세워 9회 1사 1,2루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시즌 18세이브째를 기록한 오승환은 이용찬(17세이브)을 제치고 세이브 부문 1위를 탈환했지만 4점대의 평균자책점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1군에 복귀한 후 6월 23일 한화전부터 홈런포를 가동하기 시작한 박석민은 오늘 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던 구톰슨을 상대로 결승 석점홈런을 터뜨려 2군 특훈의 효과를 입증했다. 최근 7경기에서 무려 6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시즌 초반 방망이를 덕아웃으로 날리며 팀킬을 일삼던 박석민의 모습은 이제 잊어도 좋을 것 같다.

삼성으로선 KIA전 승리로 3연승의 신바람을 이어나간 것도 기분좋은 대목이지만, 천적투수 구톰슨을 상대로 5점을 뽑아냈다는 것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든 징크스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긋지긋하던 삼성의 '현대 징크스'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자칫 길어질 수도 있었던 구톰슨과의 악연을 끊었다는 것 만으로도 선동열감독의 잠자리는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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