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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히어로즈 12차전 리뷰 - 이영욱, 삼성을 살리다

by 푸른가람 2009.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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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히어로즈전 연승기록을 '6'으로 늘렸다. 시즌 초반만 해도 히어로즈의 만만한 '밥'에 불과하던 삼성은 6월초의 3연전 스윕을 시작으로 한달 후 대구구장에서 가진 2게임마저 수중에 넣음으로서 지긋지긋하던 히어로즈 징크스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시즌 상대전적에서 앞서나가게 된 삼성의 자신감은 이제 더이상 히어로즈에게서 현대의 향기를 맡지않게 된 것이다.

보름여 만에 만난 양팀은 강윤구(히어로즈)와 크루세타(삼성)를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약관의 강윤구는 히어로즈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차세대 좌완 유망주였다. 한창 기세를 올릴 즈음에 삼성을 만나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4실점하며 무너진 이후에는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던 그이기에 홈에서 다시 만난 삼성은 반드시 넘어서야 할 벽이었다.

널뛰기 피칭의 대명사 크루세타는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최근 세번의 등판경기에서 모두 QS를 기록하는 등 시즌 초반과는 확연히 달라진 피칭으로 코칭스탭의 신뢰를 얻고 있다. 동료 에르난데스가 부상과 부진 탓에 퇴출당했던 것이 자극이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때 5점대를 상회하던 평균자책점도 어느새 3점대 후반까지 낮췄다.

최근 들어 한껏 물오른 삼성 타선은 논외로 하더라도 선발투수만으로 놓고 봤을 때 삼성의 우세가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초반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삼성은 2회초 공격에서 2사후 현재윤의 볼넷으로 시작된 기회에서 상대실책을 틈타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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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초 공격에서도 이영욱의 2루타와 김상수의 적시타로 가볍게 추가득점한 삼성은 5회초 대량득점으로 강윤구를 대신해 3회 마운드에 올랐던 마일영마저 기어이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이번에도 득점은 2사후에 나왔다. 2사 만루상황에서 등장한 이영욱이 좌월 2루타로 누상에 나가있던 현재윤, 신명철, 강봉규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팽팽하던 경기는 일순간에 스코어는 5:0 삼성의 일방적인 리드 상황으로 바뀌었다.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히어로즈의 반격은 5회에 비로소 시작되었다. 5회말 공격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클락이 강병식의 적시타때 홈을 밟으며 귀중한 1점을 만회한 히어로즈의 공격력은 곧이은 6회말에 불을 뿜었다. 6회 들어 급작스럽게 흔들리던 크루세타에게 송지만이 큼지막한 3점 홈런을 뺏어내며 5:6 턱밑까지 추격에 나선 것.

오승환의 이탈로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린 삼성이 고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다. 크루세타에 이어 7회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실점행진을 계속했다. 중견수의 어이없는 실책에 편승한 실점이었지만 더이상 정면승부로는 상대팀 하위타선마저 버거운 현실을 지켜봐야 하는 팬들의 마음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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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의 난조로 급작스럽게 마운드에 불려올라간 권혁의 공은 역시나 제구가 되지 않았다. 클락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에 내보낸 2사 만루위기에서 타석에는 히어로즈의 캡틴 이숭용이 등장했다. 한방이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뒤집히는 절체정명의 위기순간에서 권혁은 그러나 또한번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듯 이숭용을 단 세개의 공으로 삼진아웃 처리한 것. 7회말 위기상황을 넘긴 권혁은 9회초 이영욱의 결승타와 조동찬의 희생타로 뽑아낸 2점을 9회까지 잘 지켜내며 승리투수의 기쁨을 누렸다.

오늘 경기의 히어로는 단연 이영욱이었다. 이영욱은 5회 싹쓸이 3타점 2루타에 이어,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는 이날 경기의 결승점을 뽑아내는 등 4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2군에서 올라와 대수비나 대주자로 겨우 얼굴을 내밀던 그였지만 이젠 어엿한 삼성 타선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과는 삼성의 8:6 힘겨운 승리였다. 삼성으로선 히어로즈전 연승행진도 의미가 있지만, 5할 승률에서 +3을 유지하며 롯데와 함께 상위권 진출의 욕심을 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더욱 고무적이다. 무서운 상승세의 롯데는 오늘도 두산을 큰 점수차로 물리쳤고, 하락세가 뚜렷한 SK는 꼴찌 한화에게마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KIA마저 LG에 져 상위권 5개팀의 혼전양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올시즌 순위다툼이야 시즌이 끝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는 롯데가 가장 강팀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SK의 하락세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두산, KIA도 SK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이 사실이다.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팀이 되어버린 삼성은 워낙 기복이 심하다보니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하루가 지나면 순위가 뒤바뀌는 2009년 프로야구. 어쨌든 재미있기는 하다.

* 사진은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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