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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두산 11차전 리뷰 - 종잡을 수 없는 삼성의 갈짓자 행보

by 푸른가람 2009.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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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연승과 연패를 거듭하는 것이야 전력이 약한 하위권 팀의 공통적인 특징이겠지만 올시즌 삼성의 행보는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삼성의 6월은 암울했다. 가끔씩 5이닝은 버텨주곤 하던 선발진이 붕괴된데다, 주축 타자들의 부상행진으로 2군보다 약한 1군 라인업이 구축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키는 야구'의 축이었던 권혁, 정현욱, 오승환은 약속이나 한듯 차례대로 돌아가며 뭇매를 맞았다. 헤어나오기 힘든 연패의 늪에 빠진 삼성은 드디어 7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한때 '삼점 라이온즈'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때가 오히려 나았다. 어느 순간 '칠성 라이온즈'라는 입에 착착 감기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당장 7위로 내려앉은게 문제가 아니었다. 보다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팀창단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내려앉는 것 조차도 시간문제였다. 이렇게 된 마당에 차라리 '시즌 아웃'을 선언하고 내년 이후의 중장기 팀운영 쇄신을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믿었던 필승계투진이 연일 무너지는 바람에 팀분위기도 최악이었다.

그러나 삼성에는 알 수 없는 저력이 있었다. 90년대의 삼성이었다면 이쯤되면 지레 포기하고 말았을 법도 한데, 지난 2004년 충격적인 10연패의 상처를 딛고 한국시리즈에까지 진출했던 경험이 선수들에게는 큰 재산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경험은 지난해에도 선수들을 각성시켜 후반기 대반격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막장으로 무너지지 않는 것, 그것이 삼성의 마지막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LG와의 잠실 3연전의 대역전패의 악몽 속에서도 삼성은 한화를 상대로 3연승을 이끌어내며 숨고르기에 성공했다. 한숨돌린 삼성이 맞이한 상대는 SK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막강전력의 두산. 올시즌 상대전적에서도 3승 6패로 절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었다.

금요일 경기에서 삼성은 9회말 두산 김현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번에도 필승계투조 권혁이 연투의 피로를 이기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7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권혁은 이날 2.2이닝동안 50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권혁은 전날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1이닝 마운드에 올라 18개의 공을 던졌었다.

팬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선동열감독의 투수진 운용에는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불펜을 중시하는 선동열감독의 '지키는 야구'는 어쩌면 그의 자존심일지도 모를 일이다. 불펜의 부하를 최소화하면서 지키는 야구를 이어나갈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오늘처럼 타선이 폭발해서 필승계투진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 방법 뿐이다. 한두점차 피말리는 승부에서 더이상 권혁 - 정현욱 - 오승환은 필승 방정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은 두산과의 11차전에서 전날의 아쉬운 패배를 딛고 12:7 승리를 거뒀다. SK에 패한 LG를 제치고 다시 6위로 올라섰다. 4위 히어로즈와도 불과 2.5게임차에 불과하다. SK, 두산, KIA의 3강과 한화의 1약을 제외한 4팀은 4위 싸움은 사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선동열감독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하다. 분명 4강권의 전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갈짓자 행보 속에 지난해처럼 4위에 오를까 걱정이다. 포스트시즌 진출권 획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무리가 뒤따를 것은 자명하다. 해가 갈수록 전력 누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선동열감독 임기 마지막해인 올시즌마저 무리하게 에너지를 소진한다면 향후 삼성의 미래가 심히 걱정될 수 밖에 없다.

어차피 갈짓자로 걸어가는 것이 삼성 뿐만은 아니니 누구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일도 아니다. 승부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예측조차도 빗나가는 것이 야구의 매력이라고는 해도 무작정 한치 앞만 보고 달릴 일은 아니다. 장기적인 팀 운영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감히 대적할 팀이 없을 것처럼 보였던 2000년대 삼성 왕조가 이처럼 순식간에 무너져내릴 줄 그 누가 알기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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